네 속이 따뜻하길 바라면서 아침부터 만들었어
어릴 땐 냉장고 문에 쫑쫑 꽂힌 달걀 알알이가 20개씩 수두룩한 것이 이해가 안 갔다. '엄마는 도대체 이 많은 달걀을 어디다 쓴데? 유통기한이 지나버리면 어쩌지? 냉장고 열다 떨어뜨릴 것 같아!' 확신의 N 형인 나에게 냉장고 문짝에 매달린 달걀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 엄마가 되어보고 알았다. 20개가 뭐야! 30개, 40개씩 채워놔도 항상 모자란 느낌인 걸!
고기는 고기대로 부담스럽고, 가공육은 가공육대로 부담스러울 때, ‘단백질’하면 떠오르는 내 사랑 달걀. 살풋 나는 비린내를 후추와 연두로 잡고 간을 해주면,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도 아이 입맛에 꼭 맞아 밥상머리로 달려드니 이처럼 고마울 수가 없다. 그래서 달걀 한 판 쟁이면 그렇게 든든하다가도, 한 알, 두 알, 뒤돌면 숭덩숭덩 비어 가는 자리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달걀(순우리말/ 다른 공용 표준어로는 '계란'). 흰자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노른자에는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단다. 껍질에도 칼슘이 많아 가끔 식집사가 있는 집에 가면 달걀 껍데기를 뒤집어 영양제로 쓰는 광경도 왕왕 보곤 했다. 게다가 기차 타서도 먹고, 찜질방 가서도 먹고, 소풍 가서도 먹고, 달걀 방귀로 코 쥐고 웃기도 하고. 또 날로 먹어 목소리도 가다듬고, 빵이나 디저트에 넣어 먹고, 반찬으로 굴려 먹고, 지단 부쳐 고명 내고, 본래 ‘계란형’ 고대로만 쓰지 않고 온갖 요리에 풀어헤친다. 이쯤 되면 도대체 꼬꼬 사육은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 궁금해질 정도.
* 삶은 계란 & 계란 후라이 방법 하단 사이트 참고
대체로 난이도가 낮은 달걀 요리는 누구의 손에서든 좋은 맛이 난다. 덜 익히고 더 익히고의 차이가 있을 뿐. 몇 가지 숫자만 외워두면 삶은 계란(반숙 6~7분, 완숙 9분 이상) 혹은 계란 후라이(써니 싸이드업: 한쪽 면만 2~3분, 오버 이지: 한쪽 면 1분, 뒤집어 30초, 오버 하드: 양쪽 면 잘 굽) 등은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다. 허나, 직접 요리하는 ‘경험’을 통해 ‘나에게 맞는 정도’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 항상 요리는 나에게 맞는 정도를 찾는 과정이고, 달걀 요리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세상 엄마 숫자만큼의 소울푸드가 있듯, 세상 엄마만큼의 달걀요리도 분명 있다. 내 정도에서 나아가 내 아이를 위한 정도를 찾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식감, 온도, 간에 맞춰 단백질을 먹이고픈 엄마의 마음이 아이의 달걀 취향을 만든다. 그 아이는 커서 엄마가 만들어 준 나의 취향을 찾아 다시 달걀 요리를 시작한다. 그 순환 속에서 달걀은 어느새 나의 소울푸드, 혹은 나를 위로하는 식재료가 되기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앞두고 주방을 돌아보면 어젯밤 마감해 둔 싱크대 위가 차갑다. 꺼내 놓은 뭣도 없이 휑한 상판 위를 바라보다 문득 너를 위한 마음으로 달걀을 꺼내든다. 식탁 위까지 뜨끈해지길 바라며 어린이 취향 맞춤 달걀 요리를 시작. 후루룩 뚝딱- 잘 먹어주는 너 때문에 이골이 난 달걀 깨기, 달걀 휘젓기를 금세 끝내 놓고, 촵촵 잘게 조각낸 냉털 채소 넣은 다음, 물과 연두 넣고 찬밥에 고루 부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완성! 달걀밥찜이 다 되었다. 분명 시작은 너를 위한 아침밥이었는데, 다 된 밥에 먼지 앉지 말라고 뚜껑까지 얹고 보니 이건 나를 위한 위로가 아닐는지.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 꼬맹아!
전자레인지에 계란찜을 해봤다면 밥만 추가해 다시 해보자! 쉽고 간단하게, 든든한 아침도, 쉬이 건네는 위로도 완성이다. 너도 나도 위로하는 달걀밥찜, 뜨끈하게 먹으면 내 속에도 따뜻함이 물드는 기분. 아래는 새미네부엌 사이트에 올라온 상세 레시피.
✅달걀밥찜 재료
계란 2개(120g)
밥 1/2공기(100g)
양파 1/2개(100g)
당근 1/6개(30g)
쪽파 1줄기(5g)
연두순 2스푼(20g)
물 1/2컵(100ml)
✅달걀밥찜 만들기
1. 양파, 당근, 쪽파 등 송송 썰어 준비한다.
2. 그릇에 달걀을 넣고 풀어준 다음 1과 물을 넣고 섞는다.
3.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밥을 넣고 그 위에 2를 붓는다.
4. 랩을 씌우고 포크로 살짝 구멍을 뚫은 후 전자레인지에 5-6분간 돌려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