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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Jul 04. 2023

나의 오나오, 오버나이트 오이셔벗

상쾌, 청량, 시원, 오이를 얼리면 더 그래요

저녁 어스름이 질 때쯤 주방에서 풍기는 청량한 냄새에 이끌려 엄마 옆에 슬금슬금 다가가면 툭 썰어 손가락만해진 오이를 건네주시곤 했다. 사각- 날로 먹는 음식들 중 그만큼 시원한 것이 또 있었을까(과거형. 어른되고 마신 술 제외, 특히 맥주). 냉장고 냉기를 품어 가둔 오이. 갓 잘라 쌈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에 짭쪼름한 연못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여름이면 그렇게 ‘오이 콩고물’을 받으러 주방 어귀를 얼쩡거리던 기억. 아니 추억.


누구에게나 오이에 대한 기억은 있지만, 모두가 추억은 아닐 것이다. 음식의 향기로운 맛을 의미하는 '향미(香味, 쌀 이름 아님)'. 향이 진한 요리를 먹었을 때 미각과 후각이 자극되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이 향미로 먹는 음식이야 천지삐까리겠지만 오이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도 드물기 때문. 그 특유의 물향과 물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쥐약인 식재료다.


오이의 맛이 싫다는 사람도, 냄새가 싫다는 사람도 많은 와중에 유전적으로(?) 그렇기에 그렇다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이가 얼마나 일상에 자주 침입하면 그 맛을 보는데 유전까지 등장해야 할까. 오이가 싫다면 물향 나는 대부분의 박과류를 싫어할 확률이 높은데, 수박, 참외, 멜론 등 과일처럼 한철 즐기는 박과들이야 눈 질끈 감고 참아내면 그만이지만, 오이만큼은 사시사철 어느 밥상에서든 갑툭튀 할지 알 수가 없어 그런가보다. 속아내고, 골라내며 "입맛 참 까다롭네" 한 소리를 들을지언정 “못 먹겠다고 오이!”


이런 오이 헤이터(hater)들에게 소소한 위로성 정보를 전한다. 야생동물은 오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 오이의 96% 이상이 물이라고 하니, 그 말인 즉 동물이 매력을 느끼고 먹을만한 물 이외 영양분이 오이 속에 많지 않다는 말이다(물을 충분히 먹지 못한 오이는 맛이 더 쓰다고 한다). 동물에게 먹히는 방식으로 번식하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덩굴식으로 스스로 세를 넓히기 때문(칼로리가 낮아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어려운 오이는 순수하게 그 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주셔도 됩니다). 사람들이 오이를 먹었던 이유는 안전한 물을 먹기 위해서였다고. 오이 재배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하니 위생적인 수도 시설이 발달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물 아닌 물 역할을 해왔을 것이다.


아재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오이비누로 보듯 오이는 단연코 향미 채소다. 향이고 살이고 몹시 청량해 더운 날, 땀난 날, 극상의 시원함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향채. 그 특유의 화이트 머스크 향미 덕분에 마치 멜론에서 나는 듯한 시원한 냄새가 오이에서도 난다. 식감 또한 아삭해 입 안을 상쾌하게 하는 입가심 요리로 많이 쓰이는데, 생식, 피클, 무침, 냉채 등 특유의 청량감을 활용한 요리가 대부분이다(실제로 오이는 무치기, 볶기, 갈기, 발효, 굽기, 끓이기가 모두 가능한 만능 재료. 오히려 가열하면 단맛이 늘고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상쾌함과 고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오이. 오이 러버들을 위해 청량감을 폭발시키는 요리를 준비해 봤다. 쨍한 대낮에 배 깔고 누워 선풍기 맞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무려 '오이샤베트'다! 오이에 대한 추억이 없다면 지금 바로 도전해 만들어 보시라. 8시간 이상 얼려야 하니 미리 만들어 밤에 냉동실에 넣어두는 ‘오나오(오버나이트 오이샤베트)'로 즐기면 어젯밤 열대야 내내 땀으로 젖었던 머리를 아침부터 댕~ 하고 깨울 수 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나만의 오이 추억!



나의 오나오는 오이로 한다! 밤새 얼려 아침부터 꺼내먹는 오이샤베트 추억을 만들자. 상세 내용은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오이 셔벗(샤베트) 재료

백오이 2개(400g)

사과 1/6개(50g)

샐러리 1/2대(40g)

설탕 6스푼(60g)

소금 1꼬집(1g)

라임즙 1스푼(10g)

레몬즙 2스푼(20g)



✅오이 셔벗(샤베트) 만들기

1. 오이는 껍질과 씨를 제거해서 준비한다(셔벗에 넣기에 껍질은 질기고 씨는 이질적이다 / 오이를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파내면 씨 제거가 쉽다).

2. 오이, 사과, 샐러리를 믹서에 넣고 간 다음 설탕, 소금, 라임즙, 레몬즙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사과, 샐러리도 질긴 부분은 제거한다).

3. 래핑해 냉동실에 8시간 이상 얼린다.

4. 꽝꽝 언 셔벗을 실온에서 살짝 녹여 숟가락, 포크, 스쿱 등으로 모양내 파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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