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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Jun 04. 2024

다정다감한 맛, 하지 무렵의 ‘감자샐러드’

하지를 앞두고 밀려나오는 감자들이 마트 한 구석에 쌓이기 시작하면, 오동통하고 둥실한 모양새에 그 앞을 그냥 스치기가 힘들다. 손바닥 위에 올려 잡으면 소담하게 사로잡히는 것이 굴러다니는 조약돌도 같고, 뛰어다니는 어린이들 머리꼭지도 같아 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 동글동글 귀여운 것이 또 어디서 왔을꼬!


제일 귀엽게 생긴 흙감자 몇 알을 비닐에 쏙쏙 담아 집에 데려오면 가장 먼저, 굴러다니던 빈 박스에 구멍을 뚫고 데려온 감자 알알이를 신문지로 둘둘 감싸 담아 베란다에 내놓는다. 장 보고 돌아와 한 번 앉지도 않고 참 바지런도 하다. 땅 속에서 자라는 덩이줄기로, 얼추 땅 속과 비슷한 환경에 두면(컴컴하게) 상하지 않고 버텨주는 감자. 몇 안되는 식구들 반찬 때마다 1~2알이면 충분하니 또 욕심껏 데려온 감자에 싹이 트는 것만큼은 막고 싶은 마음이다.



구황작물, 이라기엔 평소에 감자튀김을 너무 먹는다. 감자칩도 마찬가지. 보릿고개가 언뜻 고어(古語)처럼 들리는 요즘 세상에 지천으로 널린 튀긴 감자야 이제 때와 장소 가릴 것 없이 먹을 수 있지만, 마음까지 뿌듯해지는 묵직한 감자의 맛을 온전히 즐기려면 역시, 집에서 만들어 아직 따뜻한 '감자샐러드' 만한 것이 없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걱정도 같이 찌는 튀긴 것들과는 달리,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감자샐러드. 입 안에 넣으면 묵직한 포만감을 먹는 기분인데도 '찔 걱정'은 반절이다.


품고 있는 영양 성분이 풍부해 감자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다지만(영화 '마션'을 보면, 주인공 와트니는 감자로 연명해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온다), 작물로 기르는데 많은 품이 들지 않아 구황작물로도 불린다지만, 역시 맛 때문에 먹는 것이 감자 덕후가 감자를 먹는 이유가 아닐까. 그냥 먹어도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좋지만, 어떤 양념이든 쏙쏙 잘 흡수해 이질감도 없이 입에 들어온다. 구워도, 삶아도, 튀겨도 다 되는 감자.


퍼석한 분질이든, 쫀득한 점질이든 할 것 없이 모든 감자가 맛있는 하지 철이 돌아왔다. 생김새도 포근하지만 맛도 제법 포근하니, 하지 감자로는 감자샐러드를 만드는 것이 맞다. 초록은 동색이라, 저 닮은 포근한 것들 속에 파묻힌 감자샐러드는 맛도 향도 둥글다. 다정다감한 재료들로 모나지 않게 입 속을 점령하리니.


물론, 제철 맞은 오이도 하나, 톡 쏘는 맛이 좋다면 잘게 자른 양파도 하나, 추가해주면 좋다. 따끈한 삶은 감자로 만든 샐러드는 즉시 퍼먹어도 또 좋다. 거기에 모닝빵, 식빵, 곡물빵 등 각종 빵에 곁들여 즐기면 쫀쫀하고 촉촉한 식감을 더해주어 끝내주게 맛있어진다.



이제는 샌드위치의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해졌지만, 예전엔 도시락에 요 감자샐러드가 풍성하게 눌려있는 '삼각형 모양의 식빵 샌드위치'가 정석(?)이었다. 음, 또 요리하며 과거소환술사가 되고 말았으니, 그 추억을 우리 집 어린이에게도 물려줘야지! 삶은 달걀과 전자레인지에 삶은 감자를 그릇에 넣고 포크로 잘게 으깬 다음 오이, 양파 같은 씹히는 것들과 마요네즈 넣고 골고루 섞어주면 끝. 더 자세한 레시피를 보고 싶다면?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다정다감한 하지 무렵의 ‘감자샐러드’ 재료

주재료

감자 1개(200g)

달걀 1개(60g)


부재료

오이 1/8개(20g)


양념

마요네즈 2스푼(20g)


감자 삶기

물 50mL

요리에센스 연두순 1/2스푼(5g)


다정다감한 하지 무렵의 ‘감자샐러드’ 재료

1. 달걀은 찬물부터 넣어 12분간 삶아주고 찬물에 식혀 껍질을 벗겨 잘게 다지거나 으깬다.

2. 껍질 깐 감자를 2cm 크기로 썰고, 물과 연두순을 넣고 약 6~8분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꺼내 으깬다.

3. 오이는 씨를 제거한 후 잘게 다진다.

4. 준비한 계란, 감자, 오이에 마요네즈를 넣고 섞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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