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가지'의 계절. 그리고 곧 초복. 더위 속에 무럭무럭 자라 탐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보라색 가지는 여름 보양을 위한 최고의 식재료다. 아릿한 사과향이 나는 촘촘한 겉껍질과 부드러운 바나나 같은 과육의 오묘한 조화로 '외강내유'를 자랑하는 가지. 빠져들 것 같은 블랙홀처럼 가지의 보라색 껍질은 안토시아닌을 품고 있고 말캉한 과육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여름 제철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지만큼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또 없다.
스펀지형 텍스쳐로 물이고 기름이고 흡수가 빠른 편. 그래서 보관할 때는 물과 멀리, 요리할 때는 기름과 멀리. 그래야 무르는 것을 방지하고, 씹을 때마다 기름이 찍-하고 튀어나오는 것도 막는다. 이 기적의 논리를 터득하고 나면 물컹한 가지무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거꾸로 조리법'을 활용하게 되는데, 팬에 불을 올리고 식용유부터 두르는 것이 아니라 자른 가지를 팬에 먼저 볶아 어느 정도 익힌 후에 식용유를 넣어, 가지가 냉큼 기름을 와구와구 먹어버리는 것을 막고 사용하는 기름의 양 또한 줄인다.
여름 별미로 즐기는 '가지 소박이'처럼 생가지를 그대로 먹는 요리가 별로 없는 것은 가지에 들어있는 '솔라닌'이라는 독성 때문인데, 보통 싹 난 감자를 먹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이 솔라닌 때문이니, 잘 영글지 않은 가지를 섭취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노지를 끼고 있는 농가에서는 갓 딴 가지를 쑥떡 썰어 쌈장에 푹 찍어먹기도 하는데, 혀만 아린 것이 아니라 뱃속까지 아릴 수 있으니 익혀 즐기는 것이 좋다.
폭신폭신하면서도 쫄깃한 가지의 식감을 최대한 살리려면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된다. 가지 하나를 통째로, 껍질을 제거해 랩을 씌우고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돌리면, 촉촉한 수분감도 적당하고, 씹는 맛도 적당한 가지 베이스가 뚝딱 만들어진다. 전자레인지로 익힌 가지를 반으로 갈라 널찍하게 펴주고, 깻잎 3장 정도를 얇게 채 썰어둔다.
예열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넓게 펴 준 가지를 앞뒤로 노릇하게 굽굽, 그다음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은 단짠 소스를 부어 같이 졸이면 끝. 먹기 좋게 자른 가지조림을 밥 위에 얹고 채 썬 깻잎 같이 올려서 비벼 먹으면 정말 멋있다. 아니, 이 가지 덮밥은 맛도 있지만 멋도 있다. 비주얼만 보면 다들 '장어구이'로 착각해 물어보는데, '가지를 구웠다'라고 말하면 깜짝 놀란다.
요리하는 즐거움은 이런 데서도 온다. 새로운 맛, 더 맛있는 맛, 무조건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와중에 내가 원하는 모양새로, 내가 좋아하는 맛 계열로, 내가 좋아하는 식궁합으로 새롭게 세팅값을 추가해 보는 것. 주방을 놀이터 삼아 놀이하듯, 맛있게 먹기 위한 요리를 멋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어떤 방식으로 시도해도 다 괜찮은 나의 요리는 참 재밌다. 비주얼이 다 해버린 '가지 덮밥'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비주얼이 다 해버린 '가지 덮밥' 재료
주재료
가지 1개(150g)
밥 1공기(210g)
부재료
깻잎 3장(6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설탕 1스푼(10g)
포도씨유 1스푼(10g)
✅비주얼이 다 해버린 '가지 덮밥' 만들기
1. 필러로 껍질을 제거한 가지를 내열용기에 넣고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3분간 조리한다.
TIP. 가지를 통째로 조리해야 수분이 빠져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 조리된 가지는 반으로 잘라주고, 깻잎은 0.5cm 두께로 얇게 채 썬다.
3. 예열된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운 다음 연두와 설탕을 고루 섞은 뒤 팬에 넣고 가지와 함께 졸인다.
4.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한 입 크기로 자른 구운 가지를 얹고 채 썬 깻잎을 올리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