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만큼 꼴 보기 싫은, 비 오는 점심, 그리고 비 오는 저녁. 하염없이 센티해지는 장마철 비 오는 끼니마다, 생각만으로 바로 기분전환 가능한 것이 있다면 그건 '수제비'가 아닐까. '장마'라는 계절이 몰고 오는 우울이 더해진 두근거림에 꼭 포함되는 요리. 지글지글 부쳐먹는 전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보글보글 끓여 호오 불어먹는 수제비'.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숙성시켰다가 얇게 잡아 빼 툭툭- 손으로 뜯어 국물 속에 퐁당. 수제비의 맛은 칼국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투박하게 뜯긴 폼이 다 드러난 익반죽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칼국수와는 다른 부드러움으로 뱃속이 따땃해진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거나 흐릿한 하늘 아래 드러난 팔, 다리가 서늘할 때마다 무조건반사로 수제비가 생각나는 이유. 반죽을 대충 찢어 넣은 그 무심한 요리가 국물에 녹아든 전분 맛을, 육수에 우러난 감칠맛을, 쫙쫙 소리가 나도록 쫀뜩한 씹는 맛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청 맛있다는 것.
수제비는 그 특유의 무심함 덕분에 누가 만들든 비슷하게 맛있다. 면요리를 하려다가 반죽을 망쳐도 수제비는 될 수 있다. 별다른 육수 없이 라면 수프 끓여 넣어 먹어도 칼칼하게 맛만 있다. 불어 터진 수제비조차 입 안에 넣으면 묘하게 부서지는 맛이 좋아 배가 꽉 차는 줄도 모르고 우격다짐하기(?) 딱 좋다. 만들기도 먹기도 모난 곳 없이 둥글기만 하니 참으로 너그러운 요리가 아닌가.
뜯어낸 수제비는 지역마다 요리사마다 국물 맛이 다르다. 해산물과 함께 끓인 물에도 빠지고, 된장이나 고추장 풀어 넣은 장 국물 안에도 빠진다. 김치 송송 썰어 국물에 휘~ 저어 넣으면 김치 수제비도 금세 완성. 밀가루 반죽해 재우기가 어렵다면 시판 중인 반죽이나 만두피를 사다가 퐁당퐁당 해도 된다. 이 수제비야 말로 레시피고 공식이고 크게 필요 없는 와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지는 친구 같은 음식.
밀이 귀했던 과거를 지나, 밀이 남아돌았던 시대를 다시 지나, 그렇게 귀한 음식이 서민화 되는 과정을 거쳐, 이젠 생각나는 날 부담 없이 꺼내먹는 별식이 되었다. 후루룩 씹어 넘기기 좋은 것이 국물 또한 시원하니, 비 오는 날 너그럽게 둥글둥글한 수제비를 만들겠노라.
반죽 미리 쟁여 냉장고에 후숙하고 좋아하는 재료는 착착 썰어 둔다. 후루룩 국물 끓이기 좋은 연두링으로 육수맛을 잡고, 끓어오르면 수제비 반죽을 마음대로 떼어 국물에 넣는다.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 없듯 수제비 역시 마찬가지. 세상 똑같은 모양의 수제비는 없다. 저마다 생긴 것도 두께도 각기 다른 투박한 수제비를 한 숟가락 떠먹으면, 오밀조밀 모여있던 국물 속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항의하는 모양새로 입 안에서 쫀득대는데, 그 식감이 재밌어 이로 더 뭉개보는 비 오는 날의 수제비. 상세레시피는 하단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모난 곳 없이 너그러운 '초간단 수제비' 재료
주재료
수제비 약 1-2컵(100g)
애호박 1/4개(100g)
양파 1/4개(50g)
당근 1/8개(20g)
감자 1/4개(50g)
부재료
달걀 1개(50g)
양념
연두 비법육수링(멸치디포리) 2알
물 3+3/4컵(70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모난 곳 없이 너그러운 '초간단 수제비' 만들기
1. 양파, 당근은 두께 0.5cm, 길이 4~5cm로 채 썰고, 애호박, 감자는 두께 0.5~1cm, 반달 모양으로 썬다.
2. 냄비에 연두 비법육수링(멸치디포리) 2개와 물(700g), 연두순 1스푼을 넣고 육수를 만들어준 후 손질한 채소를 넣고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인다.
TIP. 육수가 끓어오르면서 거품이 생기면 숟가락으로 걷는다.
3. 끓고 있는 육수에 수제비를 넣은 후 중불에서 약 3분간 끓인다. 그 위에 골고루 푼 달걀물을 넣고 휘저은 다음 30초간 더 끓이면 완성!
TIP. 수제비 만들기? 중력분 1컵(100g), 물 5스푼(50g), 연두순 1스푼(10g), 포도씨유 1스푼(10g)을 넣고 여러 번 치대 반죽해 주고 냉장고에서 30분 숙성하여 사용하면 더 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