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미네부엌 Nov 29. 2024

눈이 오면, 으른 요리 '된장술밥'

하룻밤 사이에 달라진 공기의 흐름. 온통 더웠던 기억만 가득한 24년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날씨는 기어코 첫눈을 대설 경보로 뿌려댔다. 기상 이변 소식. 듣기는 정말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되면 인간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 도대체 맞는 걸까. 한라산 첫눈과 같이 내린 수도권의 첫눈. 더 이상 아이처럼 눈을 보며 좋아라 폴짝거릴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되고 보니 허옇게 내려앉은 대설이 예쁘지만은 않은데.


추운 날씨에도 포근함을 느끼던 예전과 달리 갑자기 추워진 아침, 부랴부랴 장화를 꺼내고 손장갑을 꺼내고 목도리를 내두었다. 전부 다 어린이가 학교를 오가는 그 짧은 길이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응? 내 장갑은 어딜 갔더라.



눈이 소담하게 내리면 보통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음식이 끌리는데, 이렇게 대설이 쏟아지면 맵칼하고 빨간 요리가 떠오른다. 쌀쌀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더 이상 눈을 보고도 설레지 않는 어른이 되어서 그런 걸까. 밖에서 내리는 새하얀 눈발을 바라보며, 빨갛고 국물이 자작한 요리를 뜨겁게 먹고 땀을 쫙 빼고 싶은 그런 마음.


챙겨야 할 게 많아 걱정도 많아지는 눈 오는 날. 온 세상이 하얀 풍경에도 감흥이 없어진 어른이 되었구나, 한탄이 나오는 날. 멋지게 어른의 요리를 꺼내든다. 된장도 고추장도 같이 풀어 더 진하게 즐기는 '술밥'. 술을 진탕 마시다가 안주가 떨어지면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안주로 즐겼다고. 그래서 '술밥'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었다고. 아, 이처럼 어른스러운 요리가 또 있을까!



안주가 모자란 덕분에 탄생한 결핍의 음식이지만, 그야말로 술이 술술 들어가게 해주는 마성의 잇템이다. 특히 술만 마시면 '밥'부터 찾는 '탄수화물 안주파'라면, 애초에 된장술밥을 시작으로 안주상을 차려도 좋다. 아, 물론 된장술밥은 술 없이 즐겨도 좋다.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고, 든든하게 몸을 받쳐준다. 거기에 맵싸한 맛으로 식욕까지 돋아주니, 안주까지 가지 않아도 한 그릇 뚝딱이다.


좋아하는 채소들 깍둑 썰고, 얇은 고기 팬에 볶다가 토장, 조선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어 중불로 더 볶은 다음 밥을 넣고 밑국물을 부어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썰어둔 채소들 모두 넣어 센 불로 화르륵. 어려울 것도 없이 만드는 것도 뚝딱이다.


눈 오는 날마다 뚝딱이가 되어버리는 어른이 되고 나니, 뚝딱 만들어 후루룩 뚝딱할 수 있는 요리야말로 '으른'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더라. 흰 눈을 바라보며 먹는 빨간 밥. 바글바글 끓여 내온 뜨거운 술밥을 한 술, 두 술 넘길 때마다 창 밖에 흩날리는 눈이 비로소 포근해지리니. 칼칼한 으른요리 된장술밥,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눈이 오면, 으른 요리 '된장술밥' 재료

주재료

밥 1그릇(210g)

우삼겹(차돌박이) 1/2줌(100g)

포도씨유 1스푼(10g)


부재료

애호박 1/6개(50g)

양파 1/4개(50g)

두부 1/3모(70g)

대파 1/4대(20g)

청양고추 4개(40g)

생표고 2개(45g)


양념

토장 2스푼(20g)

조선고추장 1스푼(10g)

고춧가루 1스푼(10g)

다진 마늘 1스푼(10g)


밑국물

물 2.5컵(500ml)

연두링 멸치디포리 1개(4g)

연두링 다시마표고야채 1개(4g)


✅눈이 오면, 으른 요리 '된장술밥' 만들기

1. 애호박, 양파, 두부, 생표고는 사방 1cm 두께로 깍둑 썰고, 대파, 청양고추는 0.5cm 두께로 어슷 썰어요.

2. 중불로 예열된 냄비에 우삼겹, 포도씨유를 넣어 약 2~3분간 볶아 기름이 나오면 토장, 조선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어 중불에서 약 2분간 볶아요.

3. 밥을 넣어 중불에서 약 1분간 더 볶다가 밑국물 재료(물, 연두링 2종류)를 모두 넣고 센 불에서 한소끔 끓여요.

4. 국물이 끓어오르면 썰어둔 애호박, 양파, 두부, 표고버섯, 대파,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모두 넣어 센 불에서 약 5분간 끓여주면 완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