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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 Aug 11. 2024

총, 균, 쇠, 칩

반도체 인문학



1532년 스페인의 탐험가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금을 찾기 위해 신대륙으로 향했고 오늘날의 페루인 잉카제국을 발견하여 원주민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피사로에게는 168명의 군대가 있었고, 잉카제국의 5대 황제인 알파우알타는 약 8만 대군이 있었지만 그 둘의 싸움은 역사에도 적혀있듯 스페인의 소규모 군대가 잉카의 대군을 거의 학살하듯 몰살시켜 버렸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싸움이 일방적으로 된 이유 세 가지를 뽑았다. 바로 총, 균 그리고 쇠이다. 지정학적 이유로 문명의 차이가 발생하였으며 필요에 의해 발명된 쇠는 갑옷이 되었고 화약은 총으로 발전하였으며 스페인 군대가 가진 균들은 잉카 원주민들에겐 면역이 전혀 없었기에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원주민들의 무기는 단순한 칼과 활이 전부였기에 화약의 힘으로 터지는 처음 듣는 총의 소리는 마치 신이 노하는 소리처럼 느껴져 공포스러웠을 것이고 원주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스페인의 탐사선을 처음 마주하는 마야의 원주민들 (영화 아포칼립토)


전쟁은 전략과 무기가 좌지우지한다. 냉전을 끝낸 핵무기의 개발, 빠르게 적국의 해상으로 침투하여 수백 대의 전투기를 발진시킬 수 있는 항공모함,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한 무인침투 등 무기의 발전은 곧 강력한 국가의 힘이며 상대의 전쟁의지를 꺾는 억제의 수단이다.


최근 발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 초기 러시아의 탱크를 몰살시킨 개인화구용 대전차 미사일은 미국제작의 FGM-184 제플린으로 매우 저공으로 활공하며 상대의 레이더나 격추를 피하다가 탱크를 식별하면 순간적으로 치솟은 후 탱크 머리 위로 내리꽂아 터지는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다. 이렇게 미사일이 똑똑해진 이유는 한 발에 대략 200여 개의 반도체 칩이 탑재가 되기 때문이다. 생산은 미국의 군수기업 록히드마틴이 하지만 개발은 미국의 초대 상업용 반도체 회사이자 냉전시대 포탄의 거리를 계산하는 군용 반도체칩을 생산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주도했다. 군수기업에서 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에서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사일뿐 아니라 전차, 드론, 전투기 순간적인 자동 회피나 유도기술을 위해 수없이 많은 거리와 좌표 등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방대 연산을 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 건 반도체로 인한 것이다.


제블린 미사일 발포 장면, 한 발에 약 1억 원 정도이다. (U.S Army)


미국의 첨단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이를 생산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 공정이 가능한 두 곳,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에 위탁 수주 생산하며 자국 내에서는 시대가 지난 성숙 제품들만 생산을 한다. 수년 전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의 물류는 멈추고 종 부품이 돌아가는 산업 생태계가 마비되었다. 2021년 미국 백악관 내부 보고서 중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 미국의 제조업 활성화와 광범위한 성장>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이 동아시아에 비중이 너무나 크고 이는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전시 상황이 발생된다면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무기 생산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이 자국 생산을 하거나 대만을 이용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미국은 상상만 해도 아찔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물류 대란으로 미국은 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이에 어느 정권이 집당을 하든 간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쥐어주는 당근 정책과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에 반도체 판로를 아예 막아버리거나 미국의 IP를 사용하지 못하게 협박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삼성과 SK하이닉스 또한 모두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인텔과 마이크론에게도 인건비와 공사비가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공장을 미국 내에 더 투자 증설하여 첨단 반도체를 자국 생산이 가능하게 돈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업들은 전시 시 군수 물품 생산으로 변모하게 된다. 포드는 상용품을 생산하다가 1차 세계대전 발발 시 군용차 생산으로 라인을 변경하여 수만 대의 군수 물품을 지원했다. 반도체 공장 또한 전시가 발생되면 무기를 더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 운영할 것이다. 실제로 나도 입사 후 예비군소속이 회사로 되어있었으며, 훈련 또한 전시 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방어함과 동시에 개발 및 생산하는 업무를 병행하는 체제로 맞추어져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에서도 미사일과 각종 무기에 탑재되어야 할 반도체가 부족하여 러시아에서는 냉장고나 식기세척기에서 반도체를 뜯어 재 프로그래밍을 하고 탑재한다는 보도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만은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부르며 실제로 이 기업 하나로 인해 중국 쉽게 대만 침공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북한 또한 미사일 실험과 핵무기 실험에 필요한 반도체는 자체조달을 위해 평양직접회로를 설립해서 기본적인 연산이 가능한 구세대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기지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는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있어서 그야말로 최종병기이다.


이 최종병기가 IT기기가 될지 무기가 될지는 인류의 손에 달려있다. (Getti image)


우리는 군인이다.


나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단순히 경제에 이바지하는 업무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순간 인류의 선택에 따라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IT기기에 탑재되거나 아니면 사람을 죽이는 무기 내에 탑재되어 어떻게 하면 빠르고 효과적으로 살상할지 연산하게 된다. 그렇기에 반도체 엔지니어 한 명 한 명은 군인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은 이 군인들을 수 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안보에 매우 희망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을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무시하지 못하며 어떤 나라 든 간에 협력하고 싶어 하고 자국에 반도체 자체 생산을 위해 기술 이전을 요청하는 듯 보이지 않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반도체는 단순히 경제 논리에만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혹시라도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수백 년 후 이를 기술하는 역사서에서는 전쟁의 판도가 다음과 같은 4가지에 의해 판도가 결정되었다고 적혀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총, 균, 쇠 그리고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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