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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작가의 길을 더 늦출 뿐!

험난하고 모양빠지는, 브런치 2주차 이야기

by 은수

오늘로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주가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 서랍에 혼자 글을 쌓기 시작한 것은 3년이 되었고요. 지난 2월에 브런치 작가 합격 메시지를 받고 뛸 듯이 기뻤지만, 입틀막으로 기쁨을 누른 채 주변 누구에게도 이사실을 공유하지 않았어요. 쓰는 얘기들이 워낙 개인적인 것들이라 우선은 조용히 쓰며 이곳에서 내 글에 공감하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망설임, 작가의 길을 더 늦출 뿐'

이 문구를 이제 완전히 이해하게 됐어요. 2월에 발행할 자격을 얻었지만 써둔 글을 매만지기만 하며 정작 글 올릴 용기가 생기지 않았거든요. 글 잘 쓰는 분들이 언제 이렇게 많아졌나? 구독자 수가 몇천 명씩 되는 분들은 어떻게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부러움을 넘어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험난하고 모양빠지는, 브런치 2주차 이야기-

겨우 용기를 내서 저도 '발행'이라는 걸 했습니다.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들이 생기더니 드디어 저를 구독해 주신 분이 생겼어요. 너무 신기했지요. 발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던 날 구독자 수가 '9'가 되었어요. 하루에 한 명 이상이 구독하셨네? 이러면서 혼자 또 입틀막으로 기뻐했어요. 그런데 그다음 날 구독자수가 '8'인 겁니다. 정말 구독자 수에 연연할 마음이 없었지만 '9'에서 '8'로 줄어든 건 좀 그렇지 않나? 하며 구독 취소를 한 분이 누군지 안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그분은 구독자 수가 2500명이 넘고 관심작가도 2600명이 넘는 분이셨어요.


'와~있는 분이 더하네... 그 많은 관심작가에서 나 하나 빼서 뭐 얼마나...' 하다, 이 상황이 너무 웃겼습니다.

'네~네 저도 그렇게 무정한 구독자님은 됐습니다! 8이나 9나 뭐.. 췟!' 하며 '열심히 해보자! '

마음을 다지며 연재글을 다시 발행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다시 구독을 눌러 구독자수가 '8'에서 다시 '9'가 돼 있었어요. 다시 웃음이 터졌어요.(이분 아주 사람 애간장을 녹...)

'그래, 뭔가 착오가 있었구나~그치?'

위로 삼으며 저도 그분 글에 라이킷을 눌렀죠.


얼마 뒤 브런치 알림이 와서 보니 구독자 수가 '10'을 돌파했다는 메시지가 떴어요.

어떤 눈 맑은 분이 구독을 해주신 거였어요.

'오~오~ 진짜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그날 밤 다시 제 구독자 수는 '10'에서 '9'가 돼있었습니다. 뭐지? 하고 보니 또 그분이었습니다.

그분이 다시 나를 구독했을 때, 저는 아마도 '구독'을 눌러야 했는데 눈치도 없이 '라이킷'만 눌렀나 봅니다.

'눈치 없는 똥멍청이에게 줄 관심 따윈 없어!'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와~여기도 무섭네'

브런치 2주 차에 배웠네요. 그분 덕분이에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다시 내놓으라는 세상은 겪을 만큼 겪은 것 같아요. 이곳에서 까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3월의 마지막날입니다. 저의 '2주차 브런치'는 모양도 빠지고, 너무 정직한 인사이트 리포트 팩폭에 너덜너덜 하지만, 꾸준히 써보려고요. 지난 2주가 부질없는 시간만은 아니었어요.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괴롭기도 했지만, 제가 소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할 얘기가 많아요.

저는 어린시절 학대 생존자로 PTSD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예요.

지금도 3주에 한번 가는 병원 진료를 받고 나와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구구 절절 지나간 사건을 다루려는건 아닙니다.

다만, 그 사건이 남긴 결과에 대한 기록이 타인에게 자료가 되길 바래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아이 셋을 키웠어요.

약을 먹기 시작한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오래전 상담주치의와 상담중이었는데,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라는 제 말에 주치의가 "불가능합니다" 라고 딱 잘라 말한적이 있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이 상처는 나에서 끝낸다. 대물림은 없다고요. 그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도 쓰고 있어요.

서울토박이로 신도시에서 하루 17시간씩 일하던 생활을 정리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작은 바닷가 마을로 정착한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국비 장학생으로 캐나다에서 변호사가 된 큰 딸과 나의 이야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폭력의 가해자였던 내 엄마와 연을 끊어야 했어요. 하지만

더이상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하지 않는 삶을 결심한,

등가교환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조용할 날 없는 삶이라 생각했는데 글쓰는 삶을 살려고 보니 그 시간이 모두 재산이네요.

감사하게 생각하려고요.

다시 앞에 얘기!!

저는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아요.(흠흠) 그러나 구독 취소는 신중하게 해주세요.

(나의 구독자 아홉분 소중해요) 아직 어린 브런치 2주차에게는 상처를 남길 수 있으니깐요~!

그럼 자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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