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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May 23. 2023

과거로부터 온 ‘수학여행’

막내는 오늘 수학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며칠을 들떠 있었는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3년을 지내는 동안 초등학교 졸업 여행도 갈 수 없었으니 그 마음도 이해가 됐다.


완벽한 'E' 성향을 가진 막내는 '아홉 명이나 되는 단짝 친구'들과 행복한 3박 4일을 보낼 것이 틀림없었다.

완벽한 'I' 성향인 나로선 어떻게 아홉 명이 '단짝'이 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신바람이 난 아이의 흥을 깰 생각은 없지만, 3주 전 수학여행 발표가 난 이후부터 자칫 들뜬 나머지 놓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수시로 아이와 이야기해 왔다.


"딸, 친구들과 원 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와. 다만, 너희가 즐거울 때 혹시 소외되는 친구는 없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말자!"

"응 엄마, 지난번 말했던, 말없이 혼자서만 다니는 친구는 나랑 친구들이 같이 챙길 거야."


즐거운 여행에 신나는 일만 생각하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요즘 들려오는 청소년 학교폭력의 실상을 모르지 않는 이상 수학여행에 꼭 챙겨야 할 준비물처럼 이젠 이런 다짐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내 아이만

피해자가 되지 않으면 그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와 달리 수학여행은 며칠을 함께 먹고자며 이동해야는 상황에서 친한 친구가 없는 아이라면 즐거워야 할 수학여행이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수학여행의 의미 그대로 학교밖 세상에 대한 경험과 관찰을 한다는 교육적 의미에 덧붙여 내 곁에 누가 있는지 살피고 알아채는 진정한 수학여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나는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열심히 읽고 있다. 그중에서도 막내의 수학여행 준비를 하며 읽게 된

(작가명)'작은 청지기' 작가님의 글 중 ‘수학여행’ 편은 내 마음속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나는 ‘수학여행' 편에 등장하는 ‘소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몸이 불편했던 소년을 업고 경주 수학 여행길에 오른 담임선생님과 서로 소년을 업겠다며 등을 내준 친구들이 함께 걷던  ‘그날의 수학여행'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야기가 단순히 '미담'을 넘는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2023년 오늘 1977년 당시 6학년이던 소년이 연필로 꾹꾹 눌러쓴 일기를 볼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 일기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소년의 진심과 성실함이 행간에 큰 울림을 줬다. 폐를 끼칠까 수학여행을 포기하려는 소년과 그런 제자를 업고 수학 여행길에 오른 선생님이 보여준 것은 결코 경주의 유적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를 보며 집단 따돌림이나 왕따, 소외 같은 것을 염려하게 된 현실의 어지러운 잔해 속에서


'과거로부터 온 수학여행'이
전한 메시지를 뒤적이는 아침이다.


https://brunch.co.kr/@c38c83044475458/35


*작은 청지기 작가님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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