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울 것도 없었다.
오늘, 성산항에서 우도로 들어가는 배를 탔을 때부터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혼자 나선 길인데!'
아쉬운 투정도 잠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여객선이 만든 물길을 제외하면, 섬의 하늘과 바다는 온통 먹색이었다.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맞을 생각이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 외에 어떤 창작도 쉽지가 않았다. 부단히 끄적이기야 했지만, 글쓰기도 인간관계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막힌 앞 이야기를 풀지 않고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게 두질 않았다. ‘내 얘기'는 막혀있는 이야기였고 항상 글쓰기의 딜레마였다. 요즘 그 막혔던 이야기를 이곳에 써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생각지 못하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고는 맺혔던 마음이 말랑말랑 해졌다.(고맙습니다)
'하우목동항'에 내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길을 뒤로하고 한적한 마을 길로 들어섰다. 비에 흠뻑 젖은 고양이들이 진저리를 치듯 몸을 털며 피할 곳을 찾는 모습만 아니라면 마음 흔들 일도 없이 마을길은 고요하기만했다.
올레길 (우도 1-1 ) 코스를 걷고 우도에서 1박을 할 예정이다. 오후 5시, 마지막 배가 관광객들을 싣고 떠난 뒤 고요해진 섬을 느껴 볼 생각이었다. 물론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비를 쫄딱 맞고 걷게 될 줄을 몰랐지만, 인생은 조금씩 우리의 상상과 기대를 빗나가지 않는가!
완전히
나쁘기만 한 것은 없었다.
비 때문에 바다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초록은 더욱 선명했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수국은 물을 힘껏 빨아들이고 있었다.
내일이면 제주도로 이주 한지 꼭 8년이 된다. 고향이 없는 나는 제주도에서 다시 태어난 거면 좋겠다.
' 바라지 않으면 두려울 것도 없어!' 지난 8년 동안 제주가 나에게 속삭인 말이었다. 이 말 덕분에 나는 많이 가벼워졌다.
오늘은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우도봉 정상을 얼마 안 남기고 돌아와야 했지만, 내일은 비가 개일 거라고 했다.
오늘 다 걷지 못한 길은 내일 마저 걸으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살면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