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Aug 19. 2023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면'

브런치 5개월 차 글쓰기!

언제부턴가 뉴스를 보면 속 시원한 소식은커녕, 없던 근심과 때 아닌 나라 걱정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처음 이 증상을 경험한 뒤, 한 동안 뉴스를 보지 않기도 했었다. 나 하나 뉴스를 보든 말든 아무런 영향 줄게 없었지만, 나는 머리가 아파도 참고 다시 뉴스를 보고 있다. 듣고 싶은 말만 들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듣기 싫은 뉴스도 들을 수 있어야 했고, 천불 나는 걸 참는 것도 공부였다.


지난 8월 9일, 자고 일어나니 브런치 생태계에 변화가 있었다. 마치 합격과 불합격 발표가 난 것처럼 희비가 엇갈린 모양이었다. 내게도 배지가 달렸지만 기쁘다기보다는 민망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날도 원래대로 오전에 한 편의 글을 발행했는데, 오후에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됐다. 6월 23일 이미 작고 하셨고, 8월 4일 따님이 댓글로 부고를 전했지만,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도 부고를 발견하지 못한 거였다. 다행히  8월 9일 브런치 시스템이 변경되면서 눈에 띄게 된 모양이었다. 내 손이 가늘게 떨렸다.


사실, 황망한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 이후 며칠 동안 크리에이터 선정이니, 응원하기 같은 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여러모로 떠나신 작가님이 남겨주신 메시지가 컸다. 이곳의 '상주'가 된 마음으로 이곳저곳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작가님 부고를 알렸다. 작가님이 남긴 기록이 꾸준히 읽히고, 구독자와 댓글이 끊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작가님 피드에 다녀가시고, 조문 글을 남기고 구독해 주고 있었다. 이 상황이 마치 내 일처럼 기쁜 이유는,

서로의 글과 글 사이로 우리가
소통하는 사실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 작가 5개월이 되던 엊그제, 구독자 수가 1000명이 됐다. 결과가 좋은 편인 것도 알고 있고 감사한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글쓰기 팁이나 브런치 활동 전반에 대한 방법 공유를 물어오는 분들이 생겼다.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혹시 내가 도움 될 만한 게 있을까 생각해 봤다.


브런치에서 보냈던 지난 5개월간 내 생활은 '단순함' 그 자체였다. 읽고, 쓰고 또 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브런치 초기에 내 글을 봤던 분은 아실 테지만, 나는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때는 치부를 내놓으며 '나를 위한 글'을 썼다.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때 많은 분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돼서 이제는 그다음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나는 그것이 타인에게 도움 되는 글이길 바란다.


우린 어떤 글도 써낼 수 있지만, 써낸 이의 생각은 마치 엑스레이를 찍은 것처럼 글 속에 나타났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춘 글이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 '바랄 게 없어 두려울 것 없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도,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끝없는 가정이 필요하다. 듣기 싫은 말도 끝까지 들어보며, 상대는 왜 그렇게 말할지 생각해 보는 경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한 개인을 성장에 이르게 할 거라 믿는다.


지난 5개월 동안 받았던 많은 응원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글을 쓰며 오랫동안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모두 건 필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분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