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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02. 2023

브런치에 글쓰기 200일이면!

청소하듯 글쓰기

연휴 전부터 야금야금 집 정리를 시작했었다. 연휴 동안에도 매일 한두 군데 구역을 정해 버릴 것과 나눔 할 것을 나눠가며 정리하다 결국엔 삶마저도 아주 간소해지는 꿈을 꿨다.


제주도로 이주 한 뒤론 소비에 대한 흥미도 줄어 물건을 거의 늘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리를 하다 보니 나는 여전히 많은 물건을 갖고 있었다.


어제는 '아이들의 구역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폭풍 성장하는 시기다 보니 작아지거나 이젠 쓰지 않는 물건이나 다 쓴 문제집 같은 것 때문에 버릴 것이 많이 나와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얼른 정리를 끝내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컴퓨터 앞에 있다고 글이 잘 써진다는 보장도 없으니 수행하듯 청소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때,

"엄마, 오늘 브런치 200일 되는 날이네?"

"오늘이?"

 어느 시기부터 '브런치 몇 주차'에 대한 카운트를 하지 않았는데, 막내가 어플을 깔아 뒀다며 200일을 소환해 준 덕에 청소하는 내내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요즘은 '발행'에 대해 다소 신중해지긴 했지만, 지난 200일 동안 스스로 약속했던 매일 쓰기의 루틴을 지키며 부단히 썼다. 처음 시작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사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지난 일이 앞을 막고 있었지만 이곳에 써낸 뒤에 놀랍도록 아무렇지 않아졌고 내 마음은 여러모로 성장했다. 200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매일 쓰는 행위는 내 삶의 윤곽을 선명하게 한 것이 틀림없었다.


가끔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볼 때가 있다. 나는 그런 글을 발견하면 내 맘대로 글쓴이의 성장을 예견하곤 했다. 글쓴이의 현재 위치나 실력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의 성장이 보이는 것 같았다.


각자 어떤 글을 쓸지는 중요한 일이고, 이에 대해  쓰는 이가 고민하는 모습은 '결국, 언덕을 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내 삶을 바꾸든 타인에게 영감을 줘 타인 삶을 바꾸든 상관없이 스스로 좋은 길을 찾고 있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지난 글에 브런치 제안받은 얘기를 썼었다.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출판 제의를 거절(?)하며 유유자적한 것이냐?'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에 의도를 좀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출판작가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나의 자세는 허세냐 아님 겸손인 것이냐?' 자문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대목'이었다. 당연히 글쓰기부터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하려는 이야기에 맞게 행동하는가? 였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할 만큼 우린 사람을 변하기 어려운 존재로 여기지만,

마침내 쓰는 사람이 된다면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면 좋겠다.

놓인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사람도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있는 환경에 두는 일이 중요했고, 내가 주장하는 바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기 위해서 달라져야 했다. 나는 그 준비가 아직 덜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공부를 한다면서 오히려 아집에 빠지는 경우는 안타깝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게 됐을 때 우린 성장했으니까!


집 안 곳곳에 여유 공간이 생겼다. 잠자던 물건은 제자리에서 이제 자기 몫의 소임을 다 할 것이다. 여유로워진 공간만큼 내 마음에도 '여유'를 들여놓는다.  

'단순하게 살면서 명징하게 사유하자'
브런치 글쓰기 200일은 내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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