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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23. 2023

바닥까지 모두 비우고

다시 걸어갑니다!

글은 쓸 때마다 새로운 길을 낸 게 분명했다. 매일 새로운 길을 내는 마음은 지난 글을 읽어 볼 여유를 주지 않지만, 다시 되돌아가 써둔 글을 읽는 마음에는 전에 살던 동네를 다시 찾은 것처럼 애틋한 마음이 담겼다.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 한지 꼬박 일 년은 못되지만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지난 7개월 동안 썼던 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186편의 글을 발행했지만 다시 읽어봤을 때도 그때 마음이 느껴져 좋은 글이 있는가 하면 초고에도 못 미치는 글을 발행했다는 부끄러움이 드는 글도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186편의 글 중에 7개의 매거진을 6권의 브런치북으로 묶는 작업을 했다. 총 107편의 글이 브런치 북으로 묶였다. 글을 모두 다시 읽어 보던 중에 미처 대답하지 못한 소중한 댓글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답변하기도 너무 늦은 경우가 많아 이곳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꼭  작가님들 피드로 방문하겠습니다.)


186편의 글을 쓰는 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을 멈췄다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가 생각하면 잠시 까마득해진다. 글쓰기를 하다가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생계를 잇고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다음 문장을 떠올리던 결핍의 결과물이 맞긴 했지만,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열심을 다해 글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만 남았다. 또 많은 이들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힘을 내서 올 수 있었을까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였다.


지난 며칠 동안 작가님들의 새 브런치 북이 올라올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작업은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결국 혼자 해야 하는 외로운 작업이지만, 주변에서 모두들 열심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은 덜 외롭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 나가려는 발걸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서툰 걸음으로 시작했지만 나의 부족함을 확실히 인정하게 됐고,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선명해진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어제 마감 당일 정오쯤 출간 프로젝트에 6개의 브런치북을 응모한 뒤, 잠깐이지만 '이제 무슨 낙으로 살지?' 이런 기분이었다. 뭔가 바닥을 알뜰히 비워낸 느낌이었고, 정든 것을 떠나보낸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 하루를 보냈다. 부족했던 잠을 토끼잠으로 보충하며 보고 싶던 그림책을 꺼내 읽을 때만 해도 당분간 글은 좀 쉬어야겠지? 생각했더랬다. 어제까지는!


오늘 컨디션이 회복되자마자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궁리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제 출간 프르젝트 마감을 지켜보며 응모를 했든 또는 하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오늘은 모두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덜어내느라 고생했다는 말과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고 싶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지난 7개월의 나름 치열했던 흔적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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