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고 다시 세우는 시물레이션
주 5회 연재 중 4개 연재를 마친 뒤로는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읽어야 할 책이 쌓이다 보니 책을 집안 곳곳에 두고 몇 권을 동시에 읽는 중이다. 사실, 연재를 끝낸 뒤에는 문장연습에 도움이 될 글쓰기를 해보거나, 내가 에세이를 얼마큼 사실 그대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여하튼, 연재 생활을 잠시 벗어난 뒤 이것저것 해 볼 여유가 생긴 게 맞았다.
지난 10월엔
발행글 38편을 취소하고 150개 글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었다. 그 사이 42편을 더 써서 다시 192개의 글이 됐지만, 뒤적이다 보니 발행 취소 하고 싶은 글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뭐, 자꾸 눈만 높아지는 거 같다.) 일단, 이번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식이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내게 발행글 200개 만들기는 요원한 일이 될 것 같다.
발행 취소 유혹은 겨우 넘겼지만,
이번엔 지난 9개월 반 동안 만든 9개 브런치 북을 취소해 모두 매거진으로 복귀시켰다. 이 매거진은 '브런치 성장이야기'를 쓰는 곳인데 '연재도 관뒀고 만들었던 브런치 북도 허물었다'는 얘기를 써도 좋은가? 고민했지만 어차피 이 매거진을 쓰는 이유가 경험한 것을 나누려는 취지였으니 이런 과정도 남기기로 했다.
브런치북
사실, 브런치 글쓰기 초반에는 글이 모이면 브런치 북으로 만들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그것 역시 귀한 경험이었지만 돌아보니 결국 할 이야기는 못하고 글을 맺은 게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그 주제로 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글을 쓴 뒤에 얼마간 거리를 두고 기다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브런치 북'은 결국 '완성'했다는 의미다. 책 한 권의 완성이 그리 쉬울 리 없었고, 그렇다면 기획단계는 좀 더 촘촘할 필요가 있었다. 기획이 탄탄하지 않으면 연재중간에 길을 잃고 쉽게 경로를 이탈해 다른 집 벨을 누르기 십상이다.
매거진
내 브런치북 9개에는 제각기 주제가 있었지만, 자주 남의 집 벨을 누른 탓에 주제가 섞이기도 했다. 나는 브런치 북을 취소 한 뒤, 여기저기 흩어졌던 이야기를 각 매거진 주제에 맞춰 모아두는 작업을 했다.
현재는 브런치북 2개와 11개의 매거진에 주제가 같은 것 끼리 두서없이 담겨있지만 계속 수정될 예정이다. 또 앞에서 급하게 마무리된 이야기의 뒷얘기를 좀 더 진행해 볼 생각이다. (‘산문적인 인간’더 보고 싶어 해 주신 분들 감사요)
조회수
처음 조회수가 마구 올라가는 경험을 하고 나면 이게 무슨 일인가? 다소 흥분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폭발한 조회수가 내 글쓰기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조회수가 들썩인 날은 괜히 내 맘도 들썩여서 핸드폰 열어본 시간만 늘었었다. 여하튼, 힘들게 쓴 글에 반응이 생기는 일이 잠깐이나마 즐거운 것만은 분명했다.
브런치 스토리 공간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발행을 했든 안 했든 매일 글을 썼다. 그것은 내가 쓴 글을 보기 편하고 읽기 편하게 플래이팅 해주는 브런치 공간 덕분이다.
그 덕에 나는 이 공간에서 여러 경험을 하는 중이다. 만들고 허물었다 다시 만드는 블록놀이처럼 내가 쓴 글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시물레이션 해보는 기회를 맘껏 누리는 중이라 생각한다.(브런치북 취소 한 거 합리화 중)
이 공간에는 이미 훌륭한 작가님이 많다.
이 리뷰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동안 브런치 글쓰기 공간에서의 내 경험 일 뿐, 누구든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발뺌하는 중)
그리하여 저는,
미완성된 여러 주제의 매거진에 '융통성이라곤 없는' 매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비슷한 글쓰기를 추구하는 문우님들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