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독립, 우린 다른 사람

떠넘기거나 떠안지도 않는

by 은수
시인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마야 안젤루는 말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을 수 있고, 당신이 한 행동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지는 잊지 않는다.

가족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결국 남는 건,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감정으로 기억되느냐일 것이다. 어른의 사랑은 자식이나 부모를 자신의 연장선이 아닌,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인정이 부족할 때 사랑은 요구가 됐다. 서운함이 되고, 갈등의 씨앗이 됐다. 가족이기에 더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가족이기에 더 멀어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부모는 자식의 건강한 독립을 가장 바라지만, 반면 그 독립을 어렵게 만드는 존재기도 했다. 우리는 혈연이라는 관계에 안도하면서도, 그 유대에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

부모는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내면의 기준으로 삼아 자식의 반응을 해석했다. 자식 또한 부모에게 기댄 무의식을 돌아봐야 한다. 부모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태도는 사랑을 무감각하게 소비하거나 때로는 원망의 씨앗을 키웠다.


사랑을 주는 쪽도 지치고, 받는 쪽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순간이 있다. 가족 안의 사랑이 무조건적인 듯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조건적 사랑이 숨어 있다. 이는 희생했다는 부모와 그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더욱 완전하길 바라는 자식의 모순된 감정이 충돌했을 때 생긴다.


'나는 너를 낳았고, 길렀다.'

인간적인 보상심리는 희생이 클수록 더 크게 작용했다. 이 생물학적 진실은 부모로 하여금 자식에 대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인식하게 했다. 하지만 이때, 자식은 반문했다.

"그건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었지요."

선택하지 않은 운명을 살아가는 억울함은, 때로 부모에 대한 원망과 거리감으로 표출됐다. 이때 부모는 섭섭했고 자식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 감정들은 결국 조용히 서로의 삶을 밀어내거나 더 강하게 집착하는 걸로 표현됐다.

사랑이 깊은 만큼 그 이면에는 자신도 모르게 묻어둔 욕망과 상처가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독립이란 단어의 진짜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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