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독립, 방전되지 않을 만큼은

마음이 하는 일

by 은수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문밖에 함께 있어줄 수는 있다.


사춘기 무렵, 아이들 방문은 단지 나무로 짜인 문짝이 아니었다. 그보단 마음의 날씨가 스며든 어떤 상징에 가까웠다. 그 문이 반쯤 열려 있는 날이면 마음을 놓았고, 방 문이 굳게 닫힌 날이면 내 마음도 조용히 접어두었다. 때론, 그 문이 닫히는 소리조차 말이 됐다. 쾅, 하고 닫힌 날엔 그날 갈등의 깊이를 가늠했고, 살며시 문이 닫힌 날엔 아이의 망설임이나 소심한 부탁이 읽히기도 했으니까.


아들이 독립한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이제 나는 열흘에 한 번쯤 도어록 번호를 누르고 아들 방에 들어간다. 사전 전화 약속은 필수이며, 여전히 잔소리 발사 금지를 위해 아들이 없는 시간에 방문했다.

방문 주기는 나름의 고심 끝에 결정된 열흘,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간격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벌써 열흘이 됐어?” 할 만큼 아들의 독립이 만든 거리감에 익숙해졌다.


열흘에 한 번 아들 방에 가는 일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거기엔 나름의 루틴과 취향, 습관과 색을 가진 존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엉성하고 어설픈 모습일지라도, 나는 그곳에서 나름의 삶을 꾸리는 존재의 흔적을 발견하는 게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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