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독립의 시작

아들 방에 들어가는 방법-프롤로그

by 은수
독립은 자신에게 의무를 지우는 첫 번째 자유다.
-알랭드 보통-

고등학교 졸업식 바로 다음 날, 아들과 나는 한 부동산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날, 아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오피스텔 계약서에 사인했고, 일주일 뒤 이사 하기로 했다. 독립이 결정된 것이다. 곧 대학 새내기가 되지만, 생일도 지나기 전인 만 18세, 아들의 독립은 예상보다 빨랐다.


이로써 올해로 세 명의 아이가 모두 방을 비웠고, 빈 방을 보는 내 마음엔 서운함과 동시에 후련함이 밀려왔다. 어쩌다 보니, 나에게도 중년 1인 가구의 새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독립은 '나'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이었다. 내면이 독립하지 못했을 때, 우린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결국 인간은 본연의 존재로 돌아올 때, 비로소 진정한 독립을 맞이했다. 어쩔 수 없이 양육자의 진정한 독립은 자녀의 독립과 함께 시작됐다. 각자 건강하게 독립한 관계는 멀어진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서로를 더 가까이 끌어당길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글은 자녀와 부모가 각자의 방에서 성장하는 독립 이야기이자, 마침내 독립하고 마는 존재들의 이야기다.


나는 아동학대 생존자로,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양육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런 내게 엄마 역할이란 가장 자신 없으면서, 동시에 가장 잘 해내고 싶던 일이었다. 육아란 예측 불가능한 실전이었다. 간절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를 가진 과정말이다. 나는 세 아이를 양육하는 내내 좌충우돌했고, 마침내 삼 남매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독립시켰다. 이제 나는, 내 아이들을 사회로 보내는 동시에 내 삶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아들 방에 들어가는 방법]은 학대 생존자에서 여성으로, 한부모 양육자로 살아온 정답 없는 양육의 여정이다. 한 존재의 지난한 성장과 독립의 과정이 독립을 꿈꾸는 이들에게 생생히 가 닿아 용기가 되길 바란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1인 가구 수는 약 783만 9천 가구,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했다.
(그중 29세 이하 청년층은 18.6%.)

이른바, 1인 가구 시대

독립이란, 존재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생애주기다. 이제 우리에게 '나 혼자 산다'는 물리적 독립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공교육 12년을 학업과 성적관리에 매진하도록 설계된 교육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은 진짜 삶의 기술을 배울 틈 없이 사회적 성인이 됐다.

여기 다양한 독립 이야기가 누군가의 독립에 작은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들어온 빛을 따라 각자의 독립에 새로운 단서를 찾으면 좋겠다.


"이제 너도 성인이니까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야!"

나는 이 말 한마디로 아이를 낯선 세상으로 떠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지원을 다 해주는 속이 빈 독립은 더욱 반대였다. 하지만 독립의 방법만은 친절한 사수가 자신의 경험을 후배에게 전해주듯, 따뜻하고 찬찬히 건네지길 바랐다.


[아들 방에 들어가는 방법]은 독립을 분리가 아닌 자립의 시작으로 봤다.

잔소리 대신 거리 두기, 걱정 대신 믿음을 선택하며, 부모 또한 함께 독립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그 외, 자녀와 부모의 독립이라는 일상의 변화와 바뀐 삶의 루틴에 필요할 실용적 팁을 담았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핵심은, 자녀를 독립시킨 양육자는 절대 빈둥지나 껍데기가 아님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