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에 빠진 이는 자신이 빠졌다는 사실만 자각할 뿐, 구덩이의 모양을 알 수 없다. 그 당시 내게는 삶 전체를 조망할 정신적 여유도, 그러한 자각을 가능케 할 힘도 없었다. 그저 ‘혼자 살고 있으니 독립한 것’이라는 피상적 믿음 속에, 진짜 독립에 필요한 내면의 기반은 외면하고 있었다.
독립은 단순히 혼자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진정한 독립은 스스로의 삶을 자신의 시야로 조망하고 선택할 정신의 독립성에서 비롯됐다. 또한, 그 정신의 힘은 바로 ‘자기 객관화’에서 시작됐다. 자기 스스로를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능력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 행동이나 감정 따위를 한 발 물러나 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도 않았다.
스무 살, 나는 준비되지 않은 채 열려버린 자립의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것은 외부의 강제와 내부의 혼란이 맞물린 결과였다. 나의 자립은 생존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찾아왔다. 생존이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였다. 나는 번번이 그 생존의 문턱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독립할 기회는 멀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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