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독립했다는 착각

정서적 독립

by 은수
진정한 독립은 누구의 기대도 등에 지지 않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우리는 통제받기를 거부하면서도,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기를 바랐다. 독립과 소속, 자유와 보호받고 싶은 욕망, 그 양가감정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였다.


아이들도 양육자의 사랑과 관심을 간절히 원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자유를 침해할 땐 유독 예민하게 굴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 자유 중에 하나만 선택할 것을 강요할 순 없다. 이렇듯 통제적 양육자가 되지 않으면서도, 의무로 사랑을 주는 존재가 되지 않는 건 양육자의 숙명이었다.

나 역시 내 아이들이 존중받은 자유 위에 조용히 나의 관심과 사랑을 얹어, 마침내 건강한 독립의 길에 가 닿길 바랐다. 한 존재의 처음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이 아닌 믿음을 담고, 간섭 대신 여유로 지켜보고 싶었다.


자기 객관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나의 독립은 좌충우돌했다. 결혼을 통해 그토록 원하던 소속감을 얻었지만, 그곳엔 유독 의무가 요구됐다. 바닥난 수조에 물을 붓듯, 나는 소속감이라는 이름의 공간에 나를 들이붓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곳에 나의 자유를 세울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땐, 하루빨리 그곳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얼마 뒤 시댁의 사정으로 분가가 결정됐을 때, 나는 해방된 자의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다시 살 것 같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하면, 무슨 근거로 그걸 자신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착각은 가끔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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