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혹은 풍파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탄생(natality)’에서 찾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새로운 시작을 부여받은 존재이며, 독립이란 바로 그 시작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독립은 결코 단번에 완성되지 않고, 매일의 작은 불안과 자잘한 몸풀기 속에서 천천히 준비됐다.
경제적 궁핍과 공간의 협소함, 불투명한 미래는 그 시절 우리를 옥죄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단련시켰다. 마치 좁은 방 안에서 각자 숨을 고르며 언젠가 힘껏 뛸 순간을 기다리던 선수들 같았다. 그 기다림과 긴장 속에서 우리는 독립을 시간의 완성이 아닌 과정의 훈련으로 배웠다.
우리는 흔히 독립을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집을 떠나 홀로 서는 시점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독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삶의 내부에서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출발선에서 숨을 고르며 긴장을 다스리는 러너처럼, 독립 역시 오랜 예열과 연습 끝에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집에 처음 이사 왔던 그즈음, 우리는 누구도 온전히 독립하지 못했거나 정체기를 지나는 중이었다. 나는 6년이나 살던 바닷가 마을을 떠나 제주 시내로 이사를 왔고, 그즈음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전에 살던 아파트와 같은 컨디션의 집을 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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