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라는 착각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아들딸이다.(중략)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애써도 좋으나,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애쓰지 말라. 삶이란 결코 뒤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다.-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
독립은 원을 그리듯 이어지는 순환이었다. 양육자를 떠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세웠다. 그 순간, 부모는 빈 둥지에 남아 알맹이를 잃은 것 같은 상실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껍데기나 빈둥지가 아니었다. 알맹이를 키워낸 자리, 열매를 맺었던 기름진 땅이다. 양육이라는 돌발적 경험을 모두 지나온 이들의 내공은 그저 빈껍데기가 아닌, 다시 사회를 향해 문을 여는 출발점이었다.
아들과 딸의 방은 달랐다. 이 말에 차별은 없다. 이미 한참 전에 자립한 딸을 두고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아들의 독립을 기점으로 확연히 그 차이를 드러냈고, 나는 그 근원을 곱씹어 보았다.
큰딸이 다른 나라에서 자립했을 때도 나는 ‘멀어졌다’는 감각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끈이 여전히 우리를 이어주고 있다는 확고한 결속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사춘기를 지나는 동안, 나는 이전에 딸과 오가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던져진 것 같았다. 존재는 성별과 무관하게 각자의 우주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들이란 우주는 애초에 발 디딜 수 없는 미지의 성좌 같았다. 그것은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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