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독립, 자기 배려

두 번째 독립

by 은수
인간은 습관의 존재다-아리스토텔레스

우리에게 잔인한 사실은 몸이 늙는 만큼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육체는 서서히 마모됐지만, 마음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기억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는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어려운 탓에 우린 꽤 긴 시간을 자주 착각 속에 머물렀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으면 건강하다 믿었고, 예전처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사용되면 녹슬고 마는 기계처럼, 우리 몸 또한 애쓴 만큼 조용히 무너졌다. 건강을 잃는 것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습관들이 쌓여 만든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사소한 습관의 변화를 통해 시작할 수 있었다. 결국 습관은 생존의 확실한 기술이었다.


우리의 독립 이후 나는 한동안 무기력 속을 떠돌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건강검진 재검사였다. 지난 검진에서 ‘주의’ 판정을 받았던 부분을 다시 확인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무기력하게 보낸 시간 동안 주의할 항목은 더 늘어났고, 이제는 ‘경고’라 불러야 할 빨간 불까지 켜져 있었다. 아직 확정된 병명이 붙지 않았을 뿐, 이미 내 몸은 구조적 대책이 필요할 만큼 기울어 있었다.


청년기의 독립이 사회적 출발을 의미한다면, 중년의 독립은 건강에서 시작되어야 했다. 건강 없이는 자유도, 독립도 없었다. 그 모든 시작은 내 몸을 스스로 돌보는 노동에서 비롯됐다. 먹고 자고 움직이는 최소한의 돌봄이야말로 이후의 모든 자유로운 삶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오래된 습관들을 떠올렸다. 몸을 사리지 않고 고되게 일한 뒤, 단 음식을 통해 스스로를 각성시켰던 시간이 짧지 않았다. 일을 하기 위해서 당연하게 밤새우던 날들과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그 모든 순간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퇴적층을 닮은 흔적을 남겼다. 내 몸은 습관이 쌓아 올린 모든 기억을 저장했고, 이제 그 결과를 정직한 수치로 보여주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는 중년이 된 나를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그저 건강에 문제없다는 안일한 착각 속에서 고집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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