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독립, 집이 되는 꿈

너의 집

by 은수
우리는 제각기 해결되지 못한 결핍을 채우느라 인생 대부분을 소비했다. 지난 삶은 몸에 맞는 껍데기를 찾아 헤매는 소라게처럼, 힘들 때마다 언제든 돌아갈 집을 찾느라 숱하게 짐을 싸고 풀어야 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을 때는 비슷한 껍데기라도 붙잡으려 애썼다. 허름한 집을 만나면 내가 잘 고쳐 살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고, 반짝이는 겉모습만 보고 무작정 머물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때로는 돌아갈 집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쓸데없이 힘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찾은 껍데기마다 내겐 좁거나 너무 컸고, 춥거나 더워서 숨이 막혔다. 하지만 고작 집이 없다고 그리 서러웠을까. 짐이야 어디든 풀면 되고, 비바람만 피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끝내 마음에 맺혀 서러웠던 건, 언제든 돌아가도 좋을 마음의 집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른 아침이었다. ‘삑삑삑’ 현관 도어록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은 한 번에 안 열렸고 두 번, 세 번 도어록 누르는 소리가 들릴 동안 내 머릿속은 상황파악을 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뭐지? 누구지? 아들이 아침에 운동을 나갔었나?'

이럴 일은 확률 중에도 가장 가능성이 낮다는 걸 깨닫자 아침까지 술 취한 이웃이 집을 잘못 찾은 걸까? 아님 내가 뭔가 기억을 못 하고 있을까? 혼란스러운 채 중문쯤 도착했는데 '띠리릭' 하더니 문이 열리는 거였다.


다만, 지난밤 문단속을 해둬서 열리던 문은 걸쇠에 걸렸고 그 사이로 큰 딸 얼굴이 빼꼼 보였다. 잠도 덜 깬 상태여서 이게 다 무슨 상황인가 어리벙벙한 채 걸쇠를 풀자, 딸이 집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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