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독립, 비가 그치면

더 선명해진 우리는

by 은수
인류학자인 반 제넷은 인간의 삶을 끊임없는 ‘통과의례’라고 설명했다.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고, 누군가의 자식이 부모가 되며, 다시 그 부모가 자식의 독립을 지켜보는 순간까지, 삶은 문턱을 넘는 연속이다. 문턱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자리였고, 거기서 우리는 저마다 성장했다. 아들의 스무 살 생일을 맞이한 날, 나는 또 하나의 문턱 앞에 서 있었다



아들이 집을 떠나 독립한 지 벌써 아홉 달. 어제는 아들의 스무 번째 생일이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미성년자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회적 성인이 됐다. 그런 생각을 하니, 이번 아들의 생일이 여느 생일과는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우린, 집이 아닌 밖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려던 순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퍼붓는 빗줄기는 우리를 각자의 자리에 붙들어 세웠다.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비는 거짓말처럼 잦아들고, 이내 뜨거운 햇살이 젖은 땅 위로 쏟아졌다. 그것은 우리 삶의 단면을 압축한 듯 보였다.


독립 이후 꾸준히 운동을 해 온 아들은 한층 건장해진 모습이었다. 마주 앉아 우리가 나눈 음식보다 마음을 데운 건, 부쩍 성장한 그의 말과 태도였다. 아들은 내게 대학 생활과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해줬고, 10년 전부터 떨어져 살고 있는 아버지와 연락한 이야기도 했다.

"얼마 전 아버지 생신에 선물 보내드리고 통화했어요."

"아, 맞다! 선물을 보내드렸어? 잘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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