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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Sep 03. 2017

나대는 여자

#프롤로그

"나는 나대는 여자가 싫어"

8년 전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 편해졌을 무렵이었다. 

친구들끼리 신나는 술자리를 끝내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때 이 말을 듣고 나는 불같이 화를 냈다. 

#

가슴에 멍울이 생기고 초경을 하면서부터 나는 엄마에게 "몸가짐을 바르게 해라" "조신하게 행동하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큰 목소리로 말하거나 떠들면 "여자답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고 내 주장을 꺾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여자는 조신하되 매력적이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해야 하고 고분고분 남자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며 일을 할 때는 주로 남자들의 일을 보조하면서 적은 임금을 받고, 아이를 낳게 되면 아무런 불평 없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나쁜 페미니스트' 저자의 말을 조금 인용하였다)

심지어 아이를 낳고 나면 '엄마'라는 더 큰 정체성이 생기면서 완전히 '자신'을 놓아버려야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인 여자'라는 비난의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른다.

나는 '좋은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사회가 바라는 '좋은 여자'는 여자한테 어떤 점에서 분명 '나쁜' 여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여성들이 '좋은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좋은 엄마'라는 환상도 버렸으면 좋겠다.

이제는 우리의 '딸'들을 위해서라도 여성의 행동 범위와 그 반경을 줄이는 차별의 울타리들을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

나는 울타리를 뛰어넘는 '나대는' 여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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