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외모와 이미지
"여보, 나 살쪘지?"
"조금"
출산을 하고 몸무게가 5킬로 늘었다. 임신했을 때 18킬로 정도 쪘으니까, 13킬로 빠지고 5킬로가 남은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살 만 찐 것이 아니다. 체형도 변했다. 가늘었던 팔뚝이 굵어지고 어깨가 튼튼해졌다(승모근이 매우 발달). 엉덩이는 조금 처진 것 같고 가슴과 뱃살은 회복 불가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축 늘어났다.
팔뚝과 어깨가 굵어진 것은 18개월간의 아기띠 부작용이고, 가슴은 모유수유로 인해서, 뱃살은 불규칙적인 생활과 운동부족 때문일 것이다.
변해버린 몸을 볼 때 슬프다. 그렇지만 마음은 충만해졌고, 커가는 아이를 볼 때 느끼는 행복감에 비하면 변해버린 몸 따위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남편도 아빠가 되면서(?) 변했다. 뱃살도 좀 나오고 팔뚝이 가늘어졌다. 그러니까 점점 몸매가 E.T(외계인)를 향해가고 있다. 남편도 바쁜 회사일에 술자리에 식생활이 건강하지 않고 운동할 시간도 없으니...
우리 부부는 외모 때문에 우울해졌지만, 그래도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젊을 수 없다. 다 아는 사실이고 진리이며, 불변의 자연법칙이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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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를 출산하고도 출산 전과 같은 혹은 더 나은 몸매를 유지하는 엄마들이 많다. 텔레비전을 보면 어떤 여자 연예인들은 출산 전보다 더 날씬한 몸매를 뽐내면서 나온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더 기가 죽는다. '애엄마 맞아?'(물론 이런 반응도 편견이다)하고 놀랄 정도로 예쁜 엄마(여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나는 한껏 기가 죽어서 남편에게 "여보 나 어때?"를 묻곤 한다. 물론 남편은 "예뻐"라고 말한다. 그 질문의 답은 영원히 정해져 있다.
# "예쁘면 좋지"
나는 외모에 과하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꾸밀 때는 꾸미고 나가지만, 평소에는 선크림 정도만 바르고 나갈 때가 많고(외출이라고 해봤자 마트, 공원이 전부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는 더더욱 가꾸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실행하지 못할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예쁜 원피스를 사고 화장도 하고 시간을 쪼개서 미용실도 간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그 일을 더 잘한다고도 생각한다. 어떤 옷이 자기와 잘 맞는지, 어떤 화장품을 써야 하는지, 자기 전에 야식을 먹지만 먹은 음식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든지.. 등 자신의 매력을 잘 가꾸려는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것처럼.
그런데 문제는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의지로 외모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강요에 의해 외모를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쓴다 느낌이 든다.(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쪽이 아니라 예쁜 연예인을 닮기 위해) 특히 사회는 여성들에게 외모에 대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인터넷을 보면, 뚱뚱한 남자 연예인의 기사 댓글에는 '살빼'라는 댓글이 종종 보이지만 많지는 않다. 그런데 뚱뚱한 여자 연예인(심지어 별로 뚱뚱하지도 않은 여자 연예인 조차도)의 댓글에는 '살빼'라는 부정적 댓글이 거의 90퍼센트 이상이다.
나이 많은 남자 연예인에게는 외모 관련 댓글 비중이 적지만, 나이가 많은(20대 중반만 넘어도) 여자 연예인에게는 '한물갔다'느니, 심지어 '퇴물'이라는 댓글까지 달린다.
아마도 사람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혹은 '출산의 도구'로 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 자기관리
전지현은 아이를 출산하고 드라마를 찍고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각종 광고에도 나온다. 그런 전지현을 보고 사람들은 '관리를 잘했다'라고 칭찬한다. 그런데 나는 '관리'라는 말이 거슬린다.
그러니까 '전지현'같지 않은 다른 여성들은 '관리'를 '못하거나 게을리한' 사람이 된다.
은연중에 우리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관리'라는 것이 '전지현처럼 되기' 혹은 '예쁘고 날씬하기'가 전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 픽 미 와 나야나
우리나라는 취미생활을 하기 열악한 나라다.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고, 어른들은 일하느라 바쁘다. 그러니까 하루 일과를 끝내고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tv에는 '예쁜 여자 아이돌'이 참 많이 나온다. 그 이미지를 우리는 소비한다. 어린 학생들도 마찬가지겠지.
우연이든 그렇지 않든, 프로듀스 101의 여자버전의 노래 제목은 'pick me'이고 남자 버전은 '나야나'이다. 예쁘게 꾸며진 여자 아이들이 '나를 뽑아달라'는 수동적인 노래를 부르고, 예쁘게 꾸며진 남자아이들은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적극적인 노래를 부른다. 물론 수동적인 것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왜 남자 버전은 'choose me'가 아닐까? '나야나'라는 제목이 훨씬 좋긴 하지만.
그냥 이런 질문들을 어린 학생이든 어른들이든 해보면 좋겠다. 왜 손석희 앵커 옆에는 어린 여자 아나운서가 앉아있는지, 왜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 누아르 영화는 잘 없는지, 왜 라디오스타에서 남자 엠씨 네 명은 여자 아이돌에게 애교를 시키는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