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일기: 왜 화장품 브랜드사인가?

27살 연봉 1억 직장 관두고 화장품 브랜드사 창업한 이유

by 셈니

나는 올해 갓 졸업한 대학생에게도 연봉 1억을 선사하는 외국계 전략 컨설팅 회사를 관두고 그동안 열심히 모아둔 5천만 원 딸랑 들고 화장품 브랜드사를 창업했다. 다행히 전 직장에서 만난 훌륭한 동료와 함께, 바닥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었나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하자마자 한 달도 안돼 컨설팅 펌에 입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즐거웠다. 프로젝트는 4주~3달 주기로 정말 빠르게 돌아갔고, 매일매일 대기업에서 임원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갓 졸업한 대학생이 풀어내야 하니, 엄청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환상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 일을 한 달, 1년, 3년 동안 하다 보니, 가족도, 친구도, 내 건강도 잃게 되었다.


당연히 대학생이 임원이 고민하는 문제를 혼자 단번에 풀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매일 새벽 2~3시까지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 중 하루는 필수 출근이었다. 매일매일이 피곤함에도, 매일 밤 해결 못 한 문제를 고민하느라 제대로 잠을 못 이루는 게 부지기수였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일주일에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들었고, 친구들 약속은 하도 펑크를 내서 나중에는 불러주지도 않았다. 감기는 한 번 걸리면 기본 3개월은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클라이언트가 감사 인사를 할 때, 혹은 내가 기획한 일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기사화될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파트너님과, 상무님과 아무리 열심히 고민해서 전략을 짜내도, 그걸 실행할 수는 없다. 우리가 기획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아예 실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기획한 걸 내가 실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때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거 내가 기획해 봤자 어차피 내가 하지도 못하는데, 이거 실행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등등의 생각들로 인해 전략 컨설팅 일에서의 동기부여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렇게 6개월 뒤, 올해 2월 퇴사를 단행하였다.


왜 화장품 브랜드사인가?


이번 글의 메인 주제다. 그럼 왜 직장을 퇴사하고 수많은 창업 아이템 중에 화장품 브랜드사를 선택했는가?


먼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직장 경험은 전략 컨설팅이 전부다. 이외의 취미라고 해봐야 음주, 여행 정도였으니, 요즘 가장 핫한 코딩, AI, 데이터 분야와는 참 거리가 멀었다. 물론, 외주를 맡길 수도 있지만, 나는 첫 도전이기에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결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소비하고 잘 아는 것, 그리고 기획이 제일 중요한 영역을 찾다 보니 결국 소비재로 좁혀졌다.


두 번째로, 시장이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그중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장이 없어지지 않으려면 인간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의식주이고, 그다음이 나는 뷰티라고 생각했다.


화장품은 인류 존재와 동시에 존재했다. 심지어 구석기시대 동굴 벽화에도 얼굴이나 손에 붉은 색소를 칠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가꾸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이를 가장 쉽고 간편하게 실현시켜 주는 것이 바로 화장품이다.


마침 K뷰티가 세계 수출 시장을 휩쓸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신문과 뉴스에 K뷰티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드디어 내가 생각한 창업 아이템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분야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모두가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과거 화장품 시장에서 잘 나갔던 브랜드들을 떠올려보자. 미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등... 지금은 K뷰티 성장을 이끄는 주축에도 끼지 못한다. 한국만 봐도 메디큐브, 닥터지, 토리든 같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매대를 채우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이제야 막 들리기 시작하는 아누아, 스킨1004, 조선미녀와 같은 브랜드들이 해외 K뷰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뷰티는 계속 변한다. 즉, 새로 시작한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회, 그리고 끈기 있게 열심히 하면 되는 이 산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결국 우리나라의 33,000개가 넘는 브랜드사를 이어 또 하나의 브랜드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