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세모 Jan 24. 2024

아이는 부모를 보며 세상에 뿌리내린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부모의 정체성, 사고방식, 시선 등 모든 것에서 자녀는 영향받는다. 부모가 세상에 뿌리내린 방식과 모양을 모방하여 아이들은 자신만의 나무를 키워간다. 부모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내 뿌리를 잘라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과정은 아주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다. 끊어낼 때의 고통뿐인가? 시도 때도 없이 날카로운 바람이 불거나 비가 쏟아지거나 뜨거운 햇빛이 내리는 이 세상에서 뿌리 없는 나무로 땅에 대충 얹혀 살아가는 건 무척이나 위험하고 외로운 일이다. 쉽게 넘어져 다치고 끊어지고 날아가고 말라간다. 내 안의 부모를 부정하고 홀로 서는 건 그런 일이다.


 난 고등학생 때 마음속에서 부모를 지웠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내 뿌리는 썩을 대로 썩어 하루빨리 도려내지 않으면 나까지 썩어 들어갈 것만 같았다.


 우리 엄마는 ADHD고 우리 아빠는 나르시시스트다. 이 두 단어로 두 사람을 정의할 순 없지만 내가 두 사람에게서 가장 고통받은 면들은 저 두 단어로 설명이 된다. 물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은 건 아니다. 나에겐 사람을 진단 내릴 의료 자격이 없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을 직접 겪고 원망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들로 만들었을까 생각하고 관찰해서 나온 내 결론이다. 


 천천히 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창피해서 어디서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꽁꽁 숨겨왔던 나와 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