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사이 사위
장인어른께 그 무거운 캠코더 가방을 건네받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품 하나 빠짐없이 정갈하게 정리된 가방을 조심스레 받아 차에 싣고, 처가댁에서 신혼집으로 올라가는 길.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받아가고 있는 걸까.
감히 실어가도 되는 것일까.
그 가방 안에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장인어른의 시간과 손길,
딸의 웃음과 울음, 첫걸음과 성장,
그리고 한 가정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무게는 플라스틱과 금속의 무게가 아니라
사랑의 무게였다.
그걸 내가 이어받아도 되는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한 손에 가볍게 들리는 핸드폰으로
여러 장을 대강 찍었다가
못난 구도라며 핀잔도 듣는 사진들을 남기며
나는 나의 사랑을 나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장인께서는 차마 아껴
눈에 다 담지 못했던 그 사랑을
나는 지금 애써 잘 담아내고 있는 걸까.
순간을 쉽게 찍어내는 편리함으로, 양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인어른은 무거운 캠코더를 들고
딸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허리를 굽히고, 팔을 들어 올리고,
숨을 참아가며 기록하셨을 텐데.
한번 찍으면 수정도 삭제도 어려운
아날로그 형식의 그 기록은 지금 나의
형식과는 다른 무게다.
나는 너무 쉽게 찍고, 너무 쉽게 지우며
사랑을 가볍게 다루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사랑은 무거운 기계로만 담기는 것도,
가벼운 핸드폰으로만 담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장인어른은 그 시대의 방식으로
딸의 하루를 기록하셨고,
나는 지금의 방식으로
아내의 순간을 붙잡고 있었다.
중요한 건 장비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안심시켰다.
신혼집으로 향하던 그날,
뒷좌석에 놓인 캠코더 가방이
왠지 모르게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건 장인어른이 내게 건넨
첫 번째 신뢰이자,
내가 이어가야 할
사랑의 바통이었다.
그리고 그 귀한 바통은 그 담은 마음
그대로 내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