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가 하고 싶었던 바로 그 말
국딩 때 했던 생각이다.
1) 왜 어떤 사람은 굶어 죽고 길바닥에서 구걸을 하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걸까? (1980년대에는 거지들 많았다) 그냥, 일정 돈을 매달 주면 안 될까?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우리 가족이 가진 부를 충분히 앙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기본소득
2) 인류가 지혜를 모아 핵융합에 성공하면 유토피아가 가능하지 않을까? -> 알고보니 에너지 문제야 말로 인류의 궁극적 과제 중 하나
3) 내 몸은 내 것인데 어른들은 왜 체벌을 하는 걸까. '무조건' 때리는 건 안 돼! 난 사람이야, 짐승이 아니라. -> 아동인권
4)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목숨인데, 그것을 남을 위해 던지는 이들(성인)이 있다면 목숨보다도 더 큰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 인류애, 진리, 정의, 아름다움 등 궁극적 가치들의 발견
5) 영원히 전쟁이 없는 세계, 인류가 힘을 합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 알고보니 영구평화
국딩이니 당연히 생각도 짧고 근거도 부족하고 설익기 그지 없을 것이다.
배운 바가 짧으니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고 진지한 탐구로 나아가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어른들에게 위와 같은 얘기들을 해봤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귀기울여 듣는 이가 없었다.
나 또한 더 깊게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품었던 생각들의 일부는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실현되거나 진지하게 논의되는 모습을 본다.
아동인권이나 기본소득 같은 개념들이 그러하다.
갑자기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그레타 툰버리 때문이다.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한 그녀의 일갈을 들었다.
"how dare you!"
그 말에 담긴 결기와 에너지가 내 가슴을 첬다.
내가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을 그녀가 대신 해주고 있었다.
그녀와 같은 용기가 있었다면 나 또한 어른들에게 외쳤을 것이다.
"how dare you! 어째서 당신들은 같은 사람이 굶어죽고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도 무심히 지나치는 거죠?"
"how dare you! 어째서 당신들은 함께 지식과 지혜를 모아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거죠?"
"how dare you! 어째서 당신들은 어린이를, 청소년에게 감히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때리고 무시하는 거죠?"
"how dare you! 어째서 당신들은 사랑, 정의, 평화 같은 가치를 말하지 않고 우리에게 살아남을 것을, 경쟁에서 이길 것을 강요하는 거죠?"
"how dare you! 어째서 당신들은 당장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거죠?"
위대함은 나이와 무관하다.
그레타 툰버리, 나의 스승인 그녀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어른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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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그레타 툰버리를 보면서
"이 예언자는 노벨 평화상이 아니라 노벨 공포상을 수상해야 할 것"
"청소년들의 제안은 너무 급진적(very radical)"
"정신적으로 병든 어린이"
"내가 반바지를 입은 예언자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 생각지 말라"
이런 말을 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이 든' 남성'들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