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지 않는 삶
당신은 글로벌 브랜드와 계약을 맺은 영향력 있는 '스타'다.
어느날, 사람들이 당신에게 '홍콩시위'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홍콩의 정치적 독립을 원하는 시위로 진화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와 인민들은 이에 대해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홍콩의 홍자만 꺼내도 모두가 당신의 입을 주목할 상황.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1번. 양심에 따라서 지지 혹은 반대의 소신을 밝힌다.
2번. 최대한 신중하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하여 논란의 여지를 피한다.
3번.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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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개인과 그가 속한 조직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욕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일단 저 길로 한 번 가기 시작하면 '비지니스'적 관점에서 매우 힘들어진다.
고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니까 말이다.
스타들은 보통 2, 3번을 택한다.
그게 최대한 개인이 욕을 덜 먹는 길이고 '비지니스'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일단 리스크가 최소화된다.
대중들의 약간의 실망은 있겠지만 커다란 손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홍콩시위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의 경우,
대중들은 '스타'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길 바란다.
충분히 이해간다.
특히 홍콩의 인민들은 글로벌 스타가 자신들을 위한 발언을 해주길 기대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평소 흑인 인권에 대해 정치적 발언을 소신있게 해왔고 트럼프에 대한 반대 입장까지 표명했던 NBA의 스타 르브론.
그는 “대릴 모리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홍콩 시위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였을 것”이라면서 “트위터를 조심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이야기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는 내가 충분히 알고 있는 문제들만 이야기한다. 홍콩 시위에 대해선 NBA 선수들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를 홍콩의 인민들은 르브론이 중국의 편에 선 것으로 해석하고 그의 저지를 불태웠다.
당연히 중국의 인민들은 르브론의 발언을 지지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주목한 것은 홍콩도 중국도 아니다.
바로 이곳 한국에서 이 사태를 두고 일부의 사람들이 취한 포지션이다.
아무런 리스크도 손해도 감수하지 않는 '관망자들'.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이번 일을 두고 르브론의 '위선'을 비판하고 (흑인 인권만 인권이냐???) 르브론의 '인격' 그 자체까지 의심한다 (중국의 독재정부를 옹호하다니 사람 맞음?).
르브론이 계약을 맺은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와의 관계, 그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중국의 억 소리나는 숫자의 팬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창출되는 수익은 그들의 뇌리에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휴스턴 구단주 데릴 모리가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가 맞은 후폭풍, 즉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 그리고 르브론이 만약 비슷한 입장을 취했을 경우에는 그보다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스포츠웨어 시장이다.
그리고 쇠퇴하는 미국과 달리 시장 자체가 아직도 성장 중이다.
관망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녕 당신들은 그만한 손실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양심과 소신에 따라 발언할 수 있겠는가?
만약 아니라고 말한다면, 왜 자신도 못하는 것을 르브론 같은 스타들에게 강요하는가?
만약 예라고 말한다면 정말 그들이 자신들이 현재 머무는 학교와 기업, 공공기관 속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을지가 지극히 의심스럽다.
나는 이번 홍콩 시위와 관련하여 르브론이 취한 유보적인 입장을 존중한다.
그는 말했다.
"정치얘기는 늘 민감합니다. 저는 제가 잘 알만한 이슈들에 대해서만 코멘트합니다. 제가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 대해서요. 제가 강하게 느끼는 것만요. 이번 사태는 저나 제 팀메이트나 NBA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너무나 쉽게 그를 비난하면서 위선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나는 입바른소리만 하고 자신의 발언이 끼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는 소인배로 본다.
르브론이 혹여라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인민들에게 힘을 주는 발언을 했다면 참으로 멋진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꼭, 이런 사건이 터지면 마치 맡겨놓은 것처럼 스타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요구하고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흥분하면서 온갖 비난을 늘어 놓는 자들이야말로 역겹다.
그들이 쌓아놓은 부와 명성이 많다는 것을 그들이 위험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당위와 연결짓는 사람들에게 역지사지를 권한다.
나는 사실 이른바 '스타'들의 견해에 관심없다.
거기에 가중치를 두지도 않는다.
다만 내 기준 실망스러운 견해를 보인 경우 호감이 낮아질 수는 있겠다.
그게 전부다.
스타란 존재는 나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거리가 멀고 그들이 나에게 무심하듯, 나 또한 그들에게 무심하다.
가까이서 보면 반갑고 싸인도 요청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갖진 않는다.
나에게 스타는 그냥 나 같은 '사람'이고 때론 실수하고 때론 잘못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견해를 묻는다는 빌미로 함정을 파놓고 거기에 빠지길 기다리는 추한 인간군상은 이제 좀 그만 보고 싶다.
남에게 묻지 말고, 그냥 우린 각자의 견해대로 살아가자.
각자의 견해로 살고, 그에 책임지는 삶을 살자 제발.
남에게 내 견해에 따른 삶을 요구하지 말자.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