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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Jan 06. 2021

O Holy Night

눈오는 밤의 단상

예나 지금이나 눈이 좋다.

눈이 먹는 세상의 소리들도 좋고

소복소복 쌓은  눈을 뽀드득 밟는 느낌도 좋고

눈썹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눈송이도 좋다.

어릴  손이 부르틀때까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고 그러다가 들어와  몸을 녹이고 스르르 잠들었다.

눈이 싫어진건 군대에서였다.

군대에서의 눈은  잠못드는 밤이었으니까...

하지만 제대  눈사랑은 다시 돌아왔다.

아내와 데이트할  둘이 함께 밟던 , 그리고  안에서 에디 히긴스 트리오 음반 들으면서 눈구경하던 기억들 모두 소중하게  맘속에 내려 앉았고 아직도 쌓여있다.

아마도 나는 죽기 전까지도 눈을 사랑할 것이다.

내가 죽는날 눈이 오면 좋겠다.

눈을 맞고 세상이 온통 하얘진 가운데 아이들이 모두 나와 난밭을 뒹구는 모습을 보며 죽고 싶다.

나이 사십이 되니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넘치도록 많다.

매년 내리는 눈이지만  때마다 새롭고  때마다 설레인다.

아이와 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하면서  안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아이를 다시   본다.

눈은 참으로 신의 선물이다.

오늘 같은 , 신은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뒤섞여 우리와 함께 놀고 있다.

O Holy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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