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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Jan 15. 2021

의도되지 않은 귀여움은 선물이다

일본의 2살배기 여아가 동요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귀여워서 심장 터질뻔했다 ㅋㅋㅋ

근데 아이가 노래 부르는 표정과 동작에서 미묘한 경직성이 느껴졌다.

티비에서 북한 어린이 나와서 재주 부릴 때 받던 느낌과 유사했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 (당연하다. 연습을 열심히 한 결과로 무대에 섰고 그 과정에서 특정한 자세와 발성과 표정과 동작을 반복했을테니 말이다)

어린 시절 동요를 볼 때 느꼈던 어색함이 다시 올라왔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동심을 '아이'에게 위탁하는 동요가
티비에서 나올 때면 정작 어린이인 나는 채널을 돌렸다.

'어색'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고 내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면서 깨닫는건,

아이들의 모습은 '의도된 동심'과 '보여주기 위해 연습된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속이 깊고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이타적이며 순수하기도 하지만 계산적이며 어른들과 대등한 수준의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

핵심은 이거다.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귀여운 아가 취급 받기를 꺼려한다.

기억력은 저질이지만 내가 어린시절 느꼈던 감정들은 남아있다.

귀엽다는 반응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그만큼 가장 드문 반응이기도 했다.

의도되지 않은 귀여움은 분명 선물이다.

그것은 우리가 신체적으로 약한 아이들을 사력을 다해 보호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연습된 귀여움은 보기에 어색하고 피곤하다.

나 또한 아이가 네코 네코 하면서 허공에 작은 조막손을 내지를때 아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무대에 선 아이를 보고 내 안에 올라온 작은 어색함을 추적하다보니 내 어린 시절과 닿았다.

솔직히 말해,

어른들 앞에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류의 귀여움을 연출하기란
참으로 귀찮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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