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는 나다.
주말에 놀러간 곳에 아이들이 미꾸라지를 작은 바가지로 잡아볼 수 있는 체험장이 있었다.
아이도 한참 재미있게 놀았고, 나도 한 두 번 잡다가 다시 놓아 주었다.
토끼 우리도 있었다.
주변에 풀을 뜯어서 토끼들에게 주었다.
아이도 나도 토끼가 두 손 모아 야금야금 갉아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초등학생 3,4학년 쯤 되어 보이는 토끼 우리에다가 미꾸라지를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마도 그 아이가 가져 오다가 놓쳤을 미꾸라지 한마리가 바닥에서 퍼덕거리며 고통에 겨워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다.
얼른 두 손에 담아서 미꾸라지들이 모여 있는 대형 수조에 던져 넣었다.
살았을지 죽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매트 위에 누웠지만 좀처럼 아까의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거대한 손이 나를 집어 나보다 훨씬 큰 괴물들이 모여 있는 우리 안에 던져 넣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기 위해 비참하게 몸부림치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또 다른 거대한 손이 나타나 나를 집어 다시 욕조 속에 던져 넣는 일련의 장면들을 그려 보았다.
고통, 신, 구원 같은 단어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반개한 두 눈 사이로 다시 한 번 미꾸라지를 들고 토끼 우리를 향하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를 불러 부드럽게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다.
미꾸라지가 아파할 거라고.
아이는 다행히도 그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안심하고 매트 위에 누웠다.
하지만 여전히 미꾸라지가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다.
세상 그 어디를 가도 좀처럼 편해지지 않는 까닭은 마음 속에서 미꾸라지가 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다시 물로 돌려 보내줄 때가 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