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49
회사에서 행사하고 남은 도시락(9,900원 빕스!)을 퇴근하면서 들고 가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유민이가 저녁 차리는 수고도 덜게 되었고 도시락도 맛있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수좋은날의 결말처럼 결국 비극이 시작되었다.
도시락을 담아 들고가던 쇼핑백이 지하철 통로에서 터져 하는 수 없이 음식이 새서 냄새가 풀풀나는 도시락을 두 손에 받쳐 들고 지하철을 탔다. 세 정거장이라 그나마 눈치를 덜 보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퇴근길 사람들이 몰린 객차 안에서 바베큐향을 온몸으로 풍기는 민폐를 범하고 말았다.
그렇게 좋았던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진채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오려는 찰나, 터진 쇼핑백과 함께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온 유리컵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그리고 난 그 순간 화가 폭발했다.
씨발씨발 거리면서 유리조각을 치우는 나를 유민이는 달래도 보고 다그쳐도 보았지만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 유민이가 말했다.
(평소) 답지 않게 왜그래?
그 말을 듣고 심통이난 나는 "뭐래?"하며 퉁명스런 말투로 대꾸했다. 그러자 유민이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뭐라고? 하며 반문하길래 난 대충 얼버무려 대답하였고 화가 난 유민이는 발로 문을 쾅 차며 침실로 들어갔다. 아차 싶어서 얼른 따라 들어가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사과하였다. 무엇보다도 유민이를 위해 도시락을 들고 온 것을 강조하였다. 다행히도 화가 좀 풀려서 같이 도시락을 먹고 산책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혹시 덕분이가 아까 엄마 아빠의 다툼을 어떻게 느꼈을지가 걱정되었다. 유민이에게 물어보니 덕분이의 표정이 안 좋았다고 한다. 순간 덕분이에게도 미안했다.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 아빠 때문에 덕분이도 좀 놀랐을 것이다. 미안하다 덕분아, 아빠가 짜증내는 바람에 마음이 불편했지?
사랑하는 우리 덕분이, 그리고 유민이에게 미안하다. 나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애꿎은 사람들에게 전가시키고 말았다. 그럴 때 평소처럼 심호흡을 하고 마음챙김응 했어야 하는데 ㅠㅠ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멈춰서 잠시 바라보고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런 내 모습을 봐야 덕분이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덕분아 오늘 아빠가 미안했어. 앞으로 짜증스럽고 화나는 마음이 올라올 때 잘 챙겨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게. 아빠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