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기술 the art of condelence

오늘의 심리학 #13

by 오세준

햇살 좋은 토요일 오전, 우연히 뉴욕타임스에 실린 "애도의 기슬the art of condolence”(글쓴이 : Bruce Feller)이란 글을 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라 예전 같으면 원문을 번역했을 텐데 8개월 된 애 키우느라 기력이 딸려 핵심만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떻게 위로하고 애도의 말을 건네야 할까요? 다들 잘 알겠지만 그건 정말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에는 항상 기술이 필요한 법이지요.


Bruce Feller는 애도의 7가지 기술을 말합니다. 전부 하나씩 보면 그중에는 이미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모아놓고 보면 애도와 관련해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하나씩 살펴볼까요?


1. 말문이 막혀도 괜찮습니다.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이 느낌 잘 알 겁니다. 말문이 턱 막히고 그저 슬픔에 가슴이 먹먹한 상태. 그 상태에선 유족들을 만나도 할 말이 없어 그저 똑같이 황망하고 슬픈 눈으로 교감을 나눌 뿐이지요. 그런데 그게 정답입니다.


사람들은 침묵 대신 차라리 진부한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합니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로 숨진 사람에겐 “그래도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었으니 다행이네요” 라든지, 혹은 “천국(극락, whatever)에 가셨을 거예요”라든지...


그런데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무언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하지 마세요. 그게 더 좋은 애도니까요.


2. 좋은 기억들을 나누세요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꺼내어 유족들에게 나누어주기, 사랑하는 사람을 갓 잃은 이들이 그 충격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일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이 아이와 관련된 좋은 기억들을 끊임없이 찾아서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참고 : 416 기억저장소)


3, 비교하지 마세요

마치 유족보다 자신이 더 슬픈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지금 너보다 내가 더 슬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슬픔을 표현할 수 있지만, 부디 대화에서 ‘나’를 빼세요. 애도에 충실하려면 나 말고 상대방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시길 바라요.


4. 죽음이란 단어를 피하지 마세요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거의 세계의 전 문화권들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dead, died, or death 대신 ‘expired’, ‘passed on’, ‘lost’ 등을 쓰고, 우린 죽음 대신 ‘소천’, ‘별세’, ‘타계’, ‘선종’, ‘서거’ 등 온갖 어휘로 꾸미는데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애도할 때 죽음, 죽었다는 말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 편이 애도에 도움이 됩니다. 죽음이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실제로 유가족을 돕는 심리상담에서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회피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피하면 피할수록 우린 핵심감정에서 멀어지니까요).


5. 냉정해지기

의외로 약간은 퉁명스럽고 냉정한 태도, 냉소적인 유머가 애도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죽음, 죽은 이와 살짝 거리를 둔 위로가 도움이 되는 거죠. 실제로 정신이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유가족들을 다그쳐 법적 절차를 밟고 장례를 준비하게 도와주는 일도 충분히 훌륭한 애도가 될 수 있습니다. 원문에선 죽은 이의 시체를 두고 “냄새난다”는 농담을 건넨 사례도 나오는데 그런 농담은 우리 문화권에선 너무 세죠? —;


6. 소셜 미디어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요즘에는 애도의 편지나 카드(미국에선 이게 관습임)를 페이스북 포스팅이나 이메일로 대신하곤 하는데 아무리 진실한 위로를 담았다 하더라도 직접 장례식장에 참여하거나 손으로 쓴 애도편지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7. 공감에는 시간제한이 걸려있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즉각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고 그 후로도 별다른 애도의 뜻을 전달하지 못한 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애도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습니다. 고인의 생일, 기일 등을 이용해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건네주세요.


어떤가요? 애도의 기술이라고 해도 별거 아니죠? 다만 조금 더 사려 깊고 정성을 담고 기억해야 할 뿐. 제가 특히 추천하고 싶은 기술은 1번의 침묵과 7번의 때지난 애도입니다.


침묵은 유가족의 마음과 함께 머무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때 지난 애도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의 기억을 통해 고인을 다시 한번 되살려 유가족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의 공간과 시간에 머물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돌아가신 친할머니, 외할머니와의 좋았던 기억들을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꺼낼 때마다 어머니는 마치 두 분 할머니와 함께 하는 듯이 행복한 미소를 지곤 했습니다.


우리의 애도는 어쩌면 평생을 두고 계속되는 작업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술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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