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같은 여자 셋이 치앙마이에서 작당 모의하는 이야기
우리 팀은 11월에 Zentrepreneur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팀이 되었다. 흥미로운 건 그리고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얼굴을 맞대고 일을 시작한 첫째 날이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노마드들이었다. 우리가 한 팀이 되었을 때 나는 중국 베이징에, 송이언니는 독일 베를린에, 노비는 태국 치앙마이에 있었다. 우리는 슬랙, 스카이프, 구글 드라이브, 트렐로와 같은 협업 툴을 이용하며 일을 진행해나갔다. 다른 시간대에서 살면서 일하는 것은 쉽진 않았지만, 우리는 추진력 하나 기가 막힌 여자들! 만나기도 전부터 하나씩 일을 저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세 달간 일단 기획을 던져보고, 피드백 나누고, 수정하고, 진화시켜 나갔다. 자주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통화를 나눴고 협업 툴을 십분 활용하였기에 일을 진행시키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한계를 느낀 것은 비전과 같은 큰 그림을 같이 그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그전에 노비를 만난 적도 없었다! 송이언니를 통해 건너들은 소개와 스카이프에서의 대화, 그녀가 미디엄(medium)에 쓴 글이 내가 그녀에 대해 가진 정보의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를 좋아하기에 충분하긴 햇지만 화상통화로 내면 깊숙한 이야기들을 꺼내기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법 먹었어?"가 안부인사인 한국 문화에서 성장해서일까. 같이 밥 한번 안 먹고서 깊은 이야기를 하긴 어렵게 느껴졌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송이언니와도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되고 나서야 우리가 서로 아직 잘 모르는지 깨달았다. 그 사실은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 할 때 드러나곤 했다.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기도 했다. 각자가 왜 젠터프리너에 접속했는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그 키워드들이 어떻게 각자의 삶에 중요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오프라인에서의 워크숍을 하기로 결의했다. 장소는 치앙마이. 마침 다른 두 사람이 1월~2월 중순 사이 태국에 체류할 예정이었고, 나도 홍콩에서 발리로 넘어가기 전 들리기에 나쁘지 않은 동선이었다. 거기다가 4월에는 치앙마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도 있었다. 그래서 사전에 현지에서 모여 계획을 세우고 장소 물색을 할 수 있어 여러모로 치앙마이는 딱 좋은 집결지였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물가가 싸다는 것! 치앙마이에서 우리가 평균 먹고 있는 식대는 1500원 정도이다. 오늘 저녁에는 좀 더 고가의 나베요리를 먹게 되었는데, 고가라고 해도 2700원밖에 들지 않았다. 서울 시내에서 스타트업을 한다고 했을 때 비용을 생각해보자. 점심시간 밥 값만 해도 7천 원*20일=14만 원이 들며 거기에 커피값과 점점 상승 중인 대중 교통비도 한 달 모아 보면 상당하다.
치앙마이의 아름다움을 일단 차치하고, 놀라울 정도로 저렴함에도 얻을 수 있는 높은 퀄리티 덕분에 마음 편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다. 그것은 열정을 이유로 어쩔 수 없는 곤궁함에 자존심이 쪼그라들지 않아도 된다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밥 한번 먹자는 소리가 사실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에둘러 거절을 해야 할 때 미안하기도 하고, 매우 아쉽고, 가끔은 쪼그라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치앙마이에서 모이기로 한 것은 정말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2월 4일 밤늦게, 우리는 드디어 3차원의 세계에서 만났다. 뜨겁게 포옹을 하며 진심으로 반가움을 나누었다. "드디어 네가 내 앞에 있다니!" 한편으론 자주 스카이프로 얼굴을 봐서 마치 어제 본 것 같기도 했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첫 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맥주도 시켰다. "LEO? CHANG?" 이구동성으로 LEO를 외쳤다. LEO 한 병을 나눠마시며 우리에게 주어진 5일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 함께 쓸 수 있는 한정된 시간에 대해 전략적이어야 했다. 오프라인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추려내야 했다.
이튿날 그 5일간의 여정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으로서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맥락 이해하기'였다. 여기서 맥락이란 한 사람의 현재의 행동, 생각, 발언 혹은 침묵에 대한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각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했으며, 과거 어떤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아내 왔는지, 각자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각자를 행복하게 하고, 어떤 굴곡을 지나오면서 어떤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고 어떻게 배우고 성장했는지, 어떤 업무 환경에서 춤추며 일했고, 어떻게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젠터프리너 프로젝트 직전에는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비전으로 젠터프리너와 함께 하길 결심했었는지, 이 이후에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등등을 나누었다.
이야기 거리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들이 걸렸다. 어느새 해가 지고 테라스가 선선해졌다. 은은한 조명이 달린 큰 나무 아래 이야기를 이어갔다. 누구도 서로의 이야기를 끊지 않았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 세 사람의 일생들이 한 교차로에서 모여 새 모험이 시작되었다. 이 모험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른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도달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스타트업 열에 아홉은 실패하는 게 현실이라 한다. 우리 역시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아름다운 실패였으면 한다.
우리는 인생 자체를 여행으로 보는 노마드들이고, 지금 이 새로운 도전도 인생여행의 중요한, 하나의 부분이라 본다. 성공하던, 실패하던 우리 인생여행은 계속된다. 인생여행을 아름답게 살아내고 싶고, 그 부분인 지금의 과정 자체 또한 아름다운 한 여행이었으면 한다. 예쁘게가 아니라 아름답게 해내고 싶다는 것은 어려움과 고난을 포함해서이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그 순탄치 많은 않을 모험을, 물리적으로도 여행을 하면서 한다. 그 시너지는 어떠할까. 그 이야기들을 앞으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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