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tin, 제주 귀덕에서 하룻밤 사이에 슈퍼스타가 되다.
최근에 에어비앤비가 실행했던 미래 프로젝트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마을이 마을회관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하면서 여행객들과 마을주민들이 연결되고 서로 윈윈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사) 나도 최근에 마을과 여행자들이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제주에서 나는 귀덕의 한 농가주택에서 살고 있다. 내가 카우치서핑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나도 이 커뮤니티에 최대한 많이 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카우치서핑 하우스로 활용하여 여행자들을 무료로 재워주고 도와주는 글로벌 여행자 커뮤니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때까지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다녀갔는데, 최근에 다녀간 Nitin은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사람이었다. 그는 도착하기 하루 전에 원래 그를 호스팅해주기로 했던 다른 호스트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호스팅을 취소해 나한테 급하게 카우치서핑 요청을 보내왔고, 나는 그의 프로필과 40여개가 넘는 다른 카우치서핑 멤버들이 그에 대해 남긴 레퍼런스를 보고 승락했다. 내가 동네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동안에 그는 내가 준 정보를 기반으로 집을 찾아왔다. 우리 집은 바로 알아보기가 좀 어려워서 그 근처에 도착하여 어리둥절하고 있으면 옆집의 슈퍼아주머니나 앞집의 롱로드라는 새로 생긴 식당에서 우리집을 가르켜 주어 그렇게 찾아온다. 그렇게 카우치서퍼들은 나를 만나기 전 대부분 마을을 먼저 만났다.
집에 잘 찾아 들어왔는지 신경이 쓰여, 일을 마치자마자 집에 돌아와 Nitin을 찾았다. 먼저 숙박하고 있었던 프랑스 아이들이 Nitin은 밥먹으러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 갔다고 알려주었다.
나의 집은 마을 회관 바로 근처의 여러 갈림길로 갈라지는 너른터에 위치하고 있다. 가격이 백화점 가격이라 백화점 슈퍼로 불리는 유일한 구멍가게가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그나마 많은 동네의 핫플레이스인 셈이다. 이 곳에 최근에 <롱로드>라는 식당이 생겼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고 맛도 괜찮다 보니 자연스레 내 집에 묵는 카우치서퍼들은 종종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Nitin도 그 중 하나였다.
가게에 인사겸, 건너 갔다 오기로 했다. 혼자 먹고 있을 테니 밥 동무도 되어주고 말이다. 그런데 왠걸, 문을 열고 들어가니 Nitin은 수많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음? 원래 이 동네에 친구가 있었나?, 하고 착각할 정도로 그들은 한 그룹으로 보였다.
환영 인사를 하고 닭고기와 감자튀김을 먹고 있던 그 옆에 앉았다. 그러자 주위에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한국인 분들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토해내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영어가 안되니 소통이 안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통역하면서 상황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들은 다름 아닌 동네의 청년회였다.
<롱로드>는 그 시간에 맛있는 안주와 맥주 몇 잔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유일한 마을의 모임터였다. 내가 <롱로드>를 밤에 켜져 있는 불빛으로서 간절히 기다려온 만큼,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모일 수 있는 장소로서 기다려온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들은 종종 롱로드에서 회합을 가졌다. 해안도로가 아니라 마을 안쪽이라 사람들이 어떻게 찾아올까 궁금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주요고객이 이렇게나 자주 찾고 있을 줄이야.
그들은 마을의 청년회로 그 주 토요일에 열릴 동네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한 후 뒷풀이를 하고 있던 참인데, 그 때 Nitin이 혼자 들어와 구석에 자리 잡고 밥을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도시에서조차 혼밥은 아직 흔치 않아서 늘어가는 새로운 풍경에 대해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데, 지방의 작은 마을에선 특히나 식당에서 혼밥을 한다는 것은 매우 생경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왜 저 외국인은 이 시간에 혼자 밥을 먹으려고 하지?
가만히 두기엔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동네 청년들은 (아 - 여기서 청년이라함은 지방 농어촌 기준의 청년이올시다) 그들의 테이블로 Nitin을 초대했다. 그리고 먹을 거리와 마실 거리를 기꺼이 권했다. Nitin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이들이 부담스럽게 음식을 나누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예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 한사코 정중히 거절을 하고 있어서 내가 오기전까지 그런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많이 먹어 ~”
“괜찮아요~”
“먹으라니까~ "
“아녜요 괜찮다니까요~ “
나는 Nitin에게 '너무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밥’은 빼놓고 한국사회를 논할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우린 심지어 안부인사가 ‘밥은 먹었냐’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권하니 니가 잘 먹어줘야 이들에게 기쁜 일이다'하고 설명해주었고 그제서야 Nitin은 이해했다는듯이 그들이 나눈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나도 덩달아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다들 술들을 꽤 하셔서 벌개진 얼굴을 하고는 Nitin에 대한 관심을 엄청나게 표했다. 물론 한국이다 보니 호구조사 먼저. 나이를 묻고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파악. 가족은 있는지 결혼했는지. Nitin은 딸 아이 사진을 보여주었고, 아저씨들은 너무 이쁘다고 칭찬했다. 인도 사람 특유의 큰 눈과 작은 두상을 가진 Nitin은 급 귀덕에 나타난 연예인이 되었다. 모두들 너무 잘생겼다며 연예인같다며 여러번 칭찬했다. 사람들은 Nitin을 너무나 좋아라 했다. 얼마 본 것도 아닌 그 친구에게 한 아저씨는 다음에 다시 제주에, 귀덕에 와달라며, 그 땐 자기 동생이 하는 펜션에서 재워주겠다며 그에 대한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했다. 그리고 동시에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제주도 같은 제주가 아니다, 시내에 가면 이런 정을 느낄 수가 없다, 귀덕이라는 동네가 이렇게 인심이 좋고, 정이 많고, 따뜻한 곳이라며, 너는 정말 이 곳으로 여행하길 잘한 것이라고, 여행을 하려면 자고로 마을 사람을 만나야지, 하고 Nitin이 귀덕에 온 것을 또 환영했다. 작은 식당 안을 가득 채운 기분 좋은 에너지가 나는 참 신기했다.
Nitin은 내가 이 때까지 호스팅해왔던 카우치서퍼 중에서 피부색이 가장 검은 축에 속하는, 남쪽에서 온 사람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인종에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테스트한 한 사회적 실험(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편)에서는 똑같이 길을 묻는 외국인이라도 백인이 물었을 때, 피부색이 어두운 동남아사람이 물었을 때보다 사람들이 더 응답하고 더 친절했다 (악의적 편집 논란도 있었음. 과대화시킨 듯함). 나는 그 결과가 부끄러웠고, 부끄러워하는 순간, 나는 뭐가 다른가 라는 질문이 들어서 동남아에 가서 살아보자고 결심도 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나의 새 동네, 귀덕의 사람들은 사회적 실험 속에서 바삐 지나다니던 도시 사람들 보다도 외려 인종에 따라 피부색에 따라 누군가를 더 귀하게, 더 천하게 보는 시선이 없었다. 되려, Nitin은 갑자기 동네 스타가 되어버려서 몸둘바를 몰라했다.
싱가폴이라는 매우 선진화된 도시국가에 살지만, 모국인 인도의 시골에 가도 이 곳과 비슷하게 음식을 나누길 좋아하고 정이 많다며 귀덕과 인도의 어느 시골과의 유사점을 찾았다. 보통 해외에 여행을 하다보면 어려운 지명은 곧 기억 속에서 금방 잊혀지고 만다. 해수욕장이나 산의 이름 정도를 기억할까. 그러나 Nitin에게는 귀덕은 어느 지명의 이름이 아니라 한 마을로, 그가 하룻밤만에 슈퍼스타가 만든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로 기억이 될테니 귀덕의 G정도는 또렷이 기억이 되지 않을까.
누가 제안한 일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다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갈 때 역시 지불에 대한 부분으로 가볍게 실랑이를 하고 (돈 내지마~, 아니에요 제가 주문한 것을 낼게요~ 3번 반복루프) 다시 오라는 당부를 받으며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카우치서핑으로 이런 작은 마을에 들어와 지내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그는 나에게 고마워했다만, 나는 그저 연결자였을 뿐이다.
모든 일은 마을이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