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태국 북부 메홍손 루프로 떠난 바이크 어드벤처 - 첫번째 스토리

by 센짱

마이크와는 Hubud(발리 최초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주최했던 이벤트에서 처음 만났다. 그러고 나서는 크게 교류가 없었지만 다시 발리로 돌아왔을 땐, 새로 생긴 코워킹 스페이스 Outpost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서로 바빠서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겨우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이번엔 태국 치앙마이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재밌게도 마이크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발리에 있었던 친구들 4명 정도가 동시에 치앙마이에 또 다시 같은 시기에 지내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발리와 치앙마이가 마치 옆 동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더이상 지리적인 거리가 멀고 가까움을 정의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코워킹 스페이스 Punspace는 두 곳의 지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Tha Phae Gate 지점에 출근했다. 우리처럼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면 Tha Phae Gate지점에서는 좀처럼 멤버들이 교류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종종 둘이서 같이 밥을 먹었다. 하루는 나의 카오소이(Khao Soi, 태국 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에 대한 사랑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마이크가 매우 맛있는데다가 저렴한 카오소이 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알고 보니 숙소 바로 앞! 잘됐다싶어 같이 카오소이를 먹기로 했다.


흥미로운 일 중 많은 것들은 식사 중 툭, 하고 던져나온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실제 카오소이 집은 내가 가는 카오소이 집보다도 10바트나 저렴했다. 맛은 별로였긴 했지만 가격은 인정! (이 친구가 짱 맛있다고 추천해준 것들이 망한 게 이번으로 세번째였는데, 이 때 나랑 얘랑은 입 맛과 취향이 다르다고 간파했어야 했다....) 카오소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치앙마이에 있는다고? 다음에는 어디로 가는데?


각자 너무 다른 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노마드 친구들과는 이렇게 일정을 종종 다시 되묻게 된다. 나는 곧 치앙마이 생활을 접고 빠이(Pai)에 가서 3일정도 있을 예정이라고 이야기했고, 알고보니 마이크도 일요일엔 빠이에 간다고 한다. 메홍손 루프(Loop)로 오토바이 여행을 3일 동안 떠난다고 했다.


같이 갈래?


마이크는 메홍손 루프를 작년에 이미 다녀왔었다. 그리고 반년만에 다시 돌아와서는 또 가겠다는 것이었다! 이 여행이 자신이 치앙마이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나는 궁금해졌다. 그는 그 길에 태국 북부 산악 지역의 놀라운 비경들을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커브(Curve)가 몇개나 있는지에 대해서 흥분해서 말했다. '커브가 많으면 뭐가 좋지? 숨겨진 비경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뜻인가?' 좀 어리둥절 했다. 보통 커브에 대해서 말할 때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이구 장난 아니야..'같은 반응을 보여서 커브는 고생이나 멀미와 같은 단어와 연상이 되는데, 커브가 어떤 사람에게는 흥분케 한다니. 나만 이해를 못하는 건가해서 굳이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야 이해했으며, 묻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하급의 바이크로는 고생하게 된다며 하루 1000바트 짜리의 중고급 바이크를 빌릴 것이라고 했다. 바이크 한대로 가기에 반으로 나눠도 이동비가 3일간 총 1500바트로 점프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는 이미 굉장히 저렴하다고 했지만 그저 빠이(Pai)만 가려고 했던 나에겐 갑자기 여행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 점프했다. 거기다가 월요일까지는 돌아와야하는 마이크의 일정에 맞춘다면, 원래 희망사항대로 좀 느긋하게 머무르는 것은 포기해야된다.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줘.


그렇게 하루를 벌고, 정보검색과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것저것 너무 따지지 않기로 했던 최근의 결심이 생각났다. 그래서 초록색으로 파격적인 염색도 해버렸는데, 나는 또 이것저것 따지고, 반신반의했다. 이 여행이 돈의 가치를 할지, 이런 짧은 여행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을지, 여기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지. 찾아봐도 딱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진다. 일이 밀리기 시작했다.


고민하는 시간에 차라리 저지르고, 실패라도 해버리는게 낫다.


워낙 소심해서 아직 체화 되진 않았지만, 여행이 장기화될 수록 이런 식으로 생각방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고민들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금이 아주 한정적이라면 특히나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냥 의도적으로 도중에 그 고민을 끊어버렸다.

그래, 한번 모험을 저질러보자.


마침 일주일을 일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콧구녕에 바람도 좀 넣고 오자, 싶었다. 그렇게 뭣도 모르고 그와 함께 이틀 뒤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 = 모험 = 일


우리가 여행을 떠난 시점은 4월 말, 건기에 매우 더운 날씨가 연잇고 있었다. 마이크는 해가 나기 전 새벽 4시에 출발하자고 했다.


네,네,ㄴㄴ 네시???

sticker sticker


정확히 나의 반응은 이러했다.

"4시는 그래... 좀 너무 했던 것 같고, 5시에 가자...응?!"

"그래!"

마이크는 4시로 하면 내가 결국 안가겠다고 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챘나보다. 혹시라도 못 일어날까 잠을 설치다가 4시쯤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했다. 바이크에 달린 짐칸에 우리 둘의 짐을 억지로 쑤셔넣다보니 결국 출발한 시각은 5시반. 크지 않은 짐칸에 우리는 각자의 노트북도 기어코 쑤셔 넣었다. 이 어쩔 수 없는 워커홀릭들! 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짧은 3일 동안에도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뭔가를 만들고 책임지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둘다. 그리고 그 일 자체도 우리에겐 이 바이크여행과 동일한 모험이었다.


이거슨 본격 오토바이 어드벤처


안전 최우선이기 때문에 중간에 더워지더라도 긴 옷으로 무장하고 운동화를 신었다. 그리고 전날 오토바이샵에서 사이즈를 체크한 헬멧을 썼다.


"이욥! 호이짜! "


뒷자석에 올라타는 것도 위치가 너무 높아서 쉽지 않았다. 매번 이상한 기합소리를 내며 발차기를 해서 한 쪽 다리를 반대편으로 넘긴 후 약간 몸을 좌석에 걸친 후 짐박스와 마이크이 어깨 한쪽을 손으로 딛고 몸의 나머지 부분도 바이크에 실어야 했다. "I'm good." 제대로 올라탔다는 신호를 하자 우리의 바이크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 운전하는 건 마이크지만,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바이크는 하나의 인격체다! 이 여행을 함께 하는 건 나와 마이크 뿐만 아니라 우리 바이크 흰둥이...이렇게 셋이었다. 흰둥이는 200KG나 무게가 나가는 녀석이었다.


부아아아아앙 ,



속도 제한판도 보이지 않는 태국의 새벽도로를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겁이 좀 날 정도. 겁이 나는 만큼 뒤에 안전봉을 쎄게 잡았다. 매일이 엄청난 더위였지만 새벽만큼은, 그리고 오토바이로 달리며 느끼는 공기는 산뜻하고 시원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심지어 곧 추워졌다. 그리고 바람에 얼굴을 계속 얻어맞는 느낌이라 헬멧의 창도 내렸다.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때까지도 여전히 바이크여행이 뭔지를.... 모르고 있었다.


경치를 느긋게 보거나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경치가 실제로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것을.

600km 주행이 어떤 내 몸에 무슨 영향을 줄지...

수 많은 커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그러나 여튼 후회도 내 몫이오. 여정은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