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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Feb 07. 2023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가상 대본 01

연애의 쉼표, 그리고 마지막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애청자가 적어 본

나의 연애로 쓴 가상 대본.

우리가 정말 마지막이 되고, 내가 리콜녀가 된다면? 이라는 웃지 못할 상상에서 출발한 대본이다.

박효신 출연한 건...남자친구의 요청으로.


---------------


- (자막) 우리의 이별은 늘 마침표가 아닌 쉼표였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그 패턴이 영원할 줄 알았다.




1.이별 암시 일러스트




# 손가락에 붉은 실이 걸려 있는 남녀의 일러스트. 잠시 실을 바라보다 돌아서는 남자의 애니메이션. 남겨진 여자. 스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실. 엉킨 붉은 실 일러스트 클로즈업.




효신: (소리/탄식) 아, 붉은 실 의미가 그거잖아요. 운명. 쉽지 않은 이별이었겠네......




2. 스튜디오




# 큐시트 들고 있는 MC들.


한 바퀴 카메라가 돌아가고, 게스트 효신에게 카메라 고정. 효신, 웃는 얼굴로 카메라 보며 밝게 인사.




세형: 와, 박효신 씨 어서 오세요. 효신 씨가 예능 나오신 건 진짜 오랜만이죠?




효신: 하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노래에만 많이 묻혀 살긴 했죠.




영란: 효신 씨 아까 영상 보면서 한숨이 깊던데, 효신 씨도 쉽게 잊지 못하는 운명같은 X가 혹시 있었는지...?




효신: 어, 뭐... 저에게도 그런 분이 있긴 했던 것 같아요.




- (자막) !!!!!!!




일동: 와아아아!




유리: 효신 씨 노래 감성이 역시 그냥 나온 게 아니었네요.(웃는다)




효신:(머쓱하게 웃는다)




동운: 효신 씨 연애 스토리도 정말 궁금하지만, 그건 사석에서 들어보기로 하고. 하하.




세형: 그럼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오늘 주제 한 번 들어볼까요? 효신 씨가 읽어봐 주세요.




효신: 연애의 쉼표, 그리고 마지막.




-자막으로 동일하게 처리.




그리: 연애의 쉼표...? 그리고 마지막? 오늘 주제 심상치 않은데요?




영란: 아, 난 몰라. 오늘 또 속 터질 준비 해야 하는 거야?(인상 살짝 찡그리다 웃는다)




세형: 아까 붉은 실 그림 있었잖아. 그거랑은 무슨 연관이지?




- (자막) 방금 본 일러스트는 무슨 의미???




유리: 오늘은 무슨 사연일지, 빨리 우리 리콜남녀 만나러 가봅시다.




3. 리콜 식탁 복도




# 초조한 표정의 리콜녀가 복도로 들어온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리콜녀. 자리에 앉자마자 물을 한 잔 따라 마시는데 떨리는 손.




효신:(소리/안타까워) 손을 떠시네......




#리콜녀, 물 한 잔 마시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 본다.




-(자막) 처음 와 보는 공간이 낯선 듯...




리콜녀: 아으, 어떡해 진짜......




# 핸드폰을 꺼내 잠시 만지작거리다 곧 닫고, 다시 열기를 반복한다.




-(자막) 정적만이 흐르고...




-(자막) 리콜식탁 오픈까진 10여 분 남짓 남은 상황...




-(자막) 리콜녀, 속이 타는 듯 계속 물만 들이켜는데...




-(자막) 발 동동




유리:(소리) 아우, 얼마나 떨리면 저래.




영란: 그러게 말이에요...X가 나와야 할 텐데...




#리콜녀, 다시 핸드폰을 연다. 리콜녀의 핸드폰 클로즈업.




-(자막) 핸드폰 사진첩을 여는 리콜녀.




-(자막) 리콜녀가 보고 있는 건




-(자막/장난스러운 효과음) 음식 사진???




-(자막) 엥??? 음식 사진이요? 여기서요?




세형:(소리) 우리 리콜녀가 배가 고프신가...




- (자막) 리콜 플래너들, 일동 당황




#살짝 미소를 띤 채 계속 사진첩의 요리 사진을 넘기며 보는 리콜녀.


효신,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가 불쑥.




효신: 아 저거, X가 해준 요리였나보네......




그리: 아, 그래서...?




일동: (탄식) 아아.




# 계속 사진첩을 넘기는 리콜녀.




-(자막) 리콜녀의 사진첩, 그 맨 마지막에는


요리를 하는 X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




-(자막) 그리운 얼굴로 한참 X의 사진을 바라보는데...




4. 검은 화면




#천천히 흘러나오는 음식 사진들.




- (자막) 리콜녀를 위해 손수 요리를 만들곤 했던 X.




-(자막) X 는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리콜녀를 사랑스러워했다.




효신:(소리/안타까움) 저렇게 좋았는데 왜 헤어졌지...




5. 카페




# 화면 전환. 리콜 플래너를 만나기 위해 나와 있는 리콜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운.




동운: 안녕하세요.




리콜녀: 안녕하세요!




-(자막) 인사 후 정적...




동운:(자리에 앉으며) 우리 리콜녀 되게 어려보이신다. 대학생이에요?




리콜녀:(웃으며 고개 젓는다) 스물 여덟이에요.




-(자막) 아는 척 하려다 괜히 머쓱...




동운: 아, 하하. 저희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신청해주셨는데 어떻게 신청하시게 되셨어요?




리콜녀: 음, 어디부터 말씀을 드려야 하나......




-(자막)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듯 머뭇거리는 리콜녀




리콜녀: 일단...저희는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났어요.




동운: 얼마나 났어요?




리콜녀: 띠동갑이었거든요




효신:(목소리) 와, 띠동갑.




유리: (목소리) 띠동갑이, 막 많이 흔한 건 아니죠, 그치.




-(자막) 리콜식탁 최초 띠동갑 차이...!




동운: 와, 대단하네. 띠동갑 쉽지 않은데.




# 말없이 웃는 리콜녀.




-(자막) 리콜녀의 심정은 많이 복잡해 보인다.




-(자막) 열두 살 차이, 둘의 연애 기간




-(자막) 4년




그리: (목소리) 와, 오래 만났네.




세형:(목소리) 저 정도 만나면 이제 가족이죠, 가족.




-(자막) #둘의 첫 만남




#BGM: 못하겠다, 이별(타디스 프로젝트)




리콜녀: 오빠랑은 뮤지컬 동호회에서 만났어요. 아마추어 배우로 무대 올라가고, 뭐 그러는 동호회가 있거든요. 다같이 인사하는 자리에서 처음 봤는데, 바로 느꼈어요.




-(자막)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저 사람이지 않을까...




-(자막) 첫 만남, 둘 사이 마음의 시소는


리콜녀 쪽이 더 많이 기울어 있었다.




동운: 와, 띠동갑인데 리콜녀가 첫눈에 반한 거예요? 완전 드라마네, 드라마야.




리콜녀: (웃음) 오빠가 나이보다 많이 동안이거든요. 처음엔 나이가 그렇게 많다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리콜녀: (웃음) 그래서 그 다음 날에


 제가 먼저, 밥 먹자고 했어요.




-(자막) 리콜녀의 마음은 언제나 직진이었다.




동운: 그래서? 오빠가 나왔어요?




리콜녀: (웃음) 네. 그 날 만나서 피자랑 맥주 먹고 카페 갔다가 노래방도 갔어요.




그리:(소리) X도 마음 있었네!




리콜녀: 오빠가, 노래를 참 잘해요. 박효신 님 노래를 그렇게 많이 불렀는데...




동운: 박효신 씨요?




리콜녀: 네, 오빠가 버스킹 모임도 나갔었는데 거기 사람들이 오빠가 박효신 님 노래 부르면 홀리하다고 막...(웃음)




효신:(소리/깜짝) 방금 제 이름이...?




-(자막) 에이, 아무리 그래도 박효신은...




세형:(소리) 남자분들 노래방에서 효신 씨 노래 많이 부르잖아요. 여자들 그거 별로 안 좋아한다던데.




효신:(소리/놀람) 그래요? 왜요?




그리:(소리) 효신 씨 노래가 워낙 어려워서 저도 부르다가 포기했다니까요.




효신:(소리/민망) 아이고, 저는 그냥 많이 들어주시고 불러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한데...




동운: X가 노래를 그렇게 잘했어요?




리콜녀: (웃음) 네, 잘했어요. 보컬 트레이너기도 했었고...


그날 노래방 가서 한 번 더 확실하게 반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고백했어요.




유리:(소리) 리콜녀 완전 직진했네!




동운: 그래서 바로 만난 거예요?




리콜녀: 아뇨, 조금 더 알아가 보자고 한 번 거절 당했어요.(웃음) 그리고 몇 번 더 데이트하고, 오빠가 다시 고백해서 만나게 됐어요.




리콜녀: 만나는 동안 오빠가 잘해줬어요. 요리도 잘해서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다 만들어 주고, 말도 항상 되게 예쁘게 했거든요. 노래도 가르쳐 주고. 같이 있으면 많이 웃고, 재밌었어요.




영란:(소리) 아우, X가 다정했네!




-(자막) 리콜녀의 적극적인 직진으로 시작된 연애.


리콜녀의 진심에 X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갔다.


둘 사이의 균형은 그렇게 중심을 찾았다.




-(자막) 나이차도 못 느낄 만큼 잘 맞았던 두 사람.


무엇이 그들을 멀어지게 한 걸까.




-(자막) # 두 사람의 이별 원인은?




리콜녀: 오빠랑...사실 되게 많이 헤어졌다 만났다 했어요. 4년 만나는 동안 9번 정도...?




-(자막) 아홉 번????




효신:(소리) 저래서 아까 운명의 실 그림이 나왔나봐요.


둘이 쉽게 못 헤어져서...




동운: 어우, 아홉 번이면 엄청 많네.


누가 헤어지자 했어요?




리콜녀:(머쓱한 웃음) 오빠가요...


제가 똑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했거든요.




리콜녀: 오빠보다 어리니까 좀 마음 놓고 징징거렸는데, 첫 번째로는 그게 오빠를 좀 지치게 했고...또...




-(자막)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리콜녀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리콜녀: 또, 연애 초반에 제가 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어요. 우울증이 좀 있어서, 자해도 하고...뭐, 그랬거든요.




-(자막/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리콜녀의 반복된 자해는


X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일동:(소리/경악) 세상에......




영란: (소리) 아우, 오늘 사연 왜 이렇게 딥해!




동운: 지금은, 안 그러시는 거죠?




리콜녀: 네, 지금은 다 고쳤어요.


오빠가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 도와줬거든요.


헤어지자고 한 것도 그거 못하게 하려는 거였고...




리콜녀: 오빠 앞에서도, 칼로 손목...뭐, 그랬어요. 그래서 오빠가 제 손 안 닿는 데에 커터칼 올려두고...




유리:(소리/안타까움) 리콜녀 왜 그랬어...




-(리콜녀/ 자막) 화도 엄청 내다가,


결국에는많이 울더라구요, 오빠가...힘들다고...




-(자막)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




동운: 그게 이별의 원인이었던 거예요?




리콜녀: 그 중 하나였던 거 같아요.




영란:(소리/놀람) 이거 말고 더 있어? 리콜녀 왜 그래 진짜...!




리콜녀:제가 되게...근거가 없는 의심도 많이 했거든요. 반복해서...계속 의심했어요...


별 거 아닌 걸로도 계속...오빠가 좋은 만큼 괜히 불안해서...




그리:(소리) 어우, 저거 의심 계속 당하면 진짜 힘들거든요.




영란:(소리/기막힘) 리콜녀가 완전 잘못했네...!




-(자막) 리콜녀의 의심이 이어질 수록


X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갔다.




동운: 그런데 9번이나 다시 만난 거예요?


X도 진짜 많이 사랑했나보다.




리콜녀: 맞아요. 제가 진짜...큰 상처 준 거죠, 오빠한테...


오빠가 헤어지자 해도 오빠 화 좀 풀린 다음에 사과하면 다시 받아줬으니까 계속 그럴 줄 알았던 거 같아요.




-(자막) 반복된 이별, 그리고 재회.


둘의 진짜 이별은 언제였을까.




리콜녀: 지금 헤어진 지 100일 정도 됐거든요.


그동안은 이렇게 오래 헤어져 있던 적이 없었어요.


한 달? 이게 가장 긴 거고...보통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만났거든요. 이젠 진짜 끝인 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이렇게...신청하게 됐습니다.




동운: 맨 마지막에는 뭐 때문에 헤어진 거예요?




리콜녀: 사실 진짜 사소한 싸움이었는데, 그 싸움이 오빠한텐 진짜 마지막 남은 감정이었나봐요.


계속 반복해서 싸우고 화해하고, 이젠 그것조차도...너무 지친다고...


그날도 엄청 울더라구요. 너무 힘들다면서...


왜 내 인생에 들어왔냐고...(운다.)




-(자막) X가 뱉은 마지막 모진 말은


그대로 리콜녀의 가슴에 남았다.




동운: 아이고, X도 말이 심했다.


 X가 리콜식탁에 나오면 무슨 말이 가장 하고 싶어요?




리콜녀: 미안하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하고 싶어요...




효신:(소리) 너무 안타깝다 진짜...




세형:(소리) 오늘 사연 역대급이네요...




6. 검은 화면




-(자막) 상처투성이었던 X의 4년.


그런 X의 마음도 리콜될 수 있을까




#전화 연결 화면




영란:(소리) 어머, X랑 통화한 건가봐!




제작진(소리): 안녕하세요, 000 씨 맞으신가요?




X:(변조된 소리)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제작진:(소리) 저희는 KBS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제작진인데요. 00 씨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이 계세요. 잠시 뵙고 얘기를 나눠 볼 수 있을까요?




X:(침묵).....




X:(변조된 소리) 하...혹시 000인가요?




-(자막) X의 입에서는 리콜녀의 이름이 나왔다.


X의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유리:(소리) 어떡해, 저거 리콜녀잖아!




영란:(소리) 아우, X 무슨 생각일까...




제작진:(소리) 네, 얘기 나눠보시겠어요?




X:(변조된 소리)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 검은 화면




-(자막) 과연 X는 제작진과의 만남에 응했을까?




7. 카페




유리:(소리) 어머, X 제작진 만났나봐!




# 블러 처리 된 X 모습. 말없이 커피만 마신다.




-(자막) X의 기억에 리콜녀는 어떤 사람일까




X: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많이 참았고, 기회도 많이 주고. 결혼도...진심으로 생각했던 유일한 사람이고. 절 되게 많이 힘들게 한 것도 맞고.....




효신:(소리/탄식) 결혼도 생각했대.




동운:(소리) 남자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사랑한 거예요.




-(자막) X는 담담하게 지난 날을 풀어 놓는다.




X: 저는 원래 재회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어요. 다시 만나도 똑같다고 생각해서. 근데 000(리콜녀)는 처음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사람이긴 해요. 000(리콜녀)가 노력한 걸 모르는 건 아니에요. 어쨌든 헤어지긴 했어도......




제작진: 혹시 이별을 후회하신 적이 있으세요?




-(자막) X, 무언가를 오래 생각한다.




X:......




-(자막) 복잡한 표정의 X.




-(자막) X는 끝내 이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제작진: 리콜식탁에 나와주실 생각은 있으실까요?




X: 혹시 바로 대답해야 할까요?




제작진: 아닙니다. 생각해보시고 연락 주셔도 돼요.




X: 네. 생각해보고 연락 드릴게요.




유리:(소리/탄식) 리콜식탁에 나왔으면 좋겠다...




8. 리콜식탁 복도




#진동이 울리는 리콜녀의 핸드폰. 리콜녀, 핸드폰을 열어 본다.




-(자막/문자) 리콜 식탁으로 이동해 주세요.




-(자막) 리콜녀는 떨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리콜식탁으로 향한다.




9. 2층 리콜식탁




세형:(소리) 어, 2층! 지금까지 통계상 2층이면


X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세형:(소리) 저기가 조명이 밝아서 영상이 잘 나와요!




# 자리에 앉는 리콜녀. 잔뜩 긴장해서 계속 손을 꿈지럭거린다. 물컵에 물을 두 잔 따라 한 잔을 X의 자리에 두는 리콜녀.




리콜녀: 나왔으면 좋겠다, 제발......




영란:(소리) 저 심정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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