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만들기 위한 챌린지에 참여하며 나는 필사를 일상으로 들이기로 결심했다. 필사를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필사책을 구입했다. 하루, 이틀 글을 옮겨 적으며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꼈다. 매일 인증을 하면서 ‘나도 하면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자부심도 생겼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필사는 2주도 채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었고, 자연스럽게 손에서 놓아버리게 되었다. 이미 운동, 긍정확언, 독서, 모닝과채주스 마시기 등 다양한 습관을 실천하고 있었기에 필사 하나쯤은 빠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필사책은 책장 한구석에 꽂힌 채 빛을 보지 못했다.
어느덧 내가 원하던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어가던 중, 다시금 필사가 떠올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필사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결국 내가 직접 필사 챌린지를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먼저 동생과 친척 동생에게 필사를 함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흔쾌히 동참했다. 이후 동생들의 지인들까지 모이며 자연스럽게 필사 모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규칙을 정하고, 매일 필사를 인증하며 서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우리끼리 필사단’이다.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역시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필사는 그렇게 다시 나의 삶에 스며들었다. 2024년 6월에 시작된 필사는 2025년 8월인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멤버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1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이들도 여럿이다. 우리끼리 필사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순한 베껴쓰기가 아니라, 필사와 사색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덮는 것이 아닌,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적는 것이다. 사색의 시간이 쌓일수록 내 사고는 확장되었고, 더 깊은 이해와 통찰이 생겼다.
나는 필사와 함께 긍정확언도 작성하고 있다. 매일 나의 미래를 글로 그려내는 시각화는 나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렇게 1년 동안 세 권의 책을 필사했고, 오늘 네 번째 책 필사를 시작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매일 지켜보던 딸이 어느 날 말했다.
“엄마, 나도 엄마가 하는 필사모임에 초대해 주세요. 나도 필사하고 싶어요.”
딸은 매일 필사하고 인증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른들만 있는 모임 채팅방에 아이를 초대할 수 없어 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사단에 함께하고 있는 아이 친구의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서관 로비에 어린이들이 필사한 노트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너무 의미 있는 활동 같아서 말씀드려요.”
그 순간, 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어린이 필사단을 만들면 되겠구나.’
나는 서둘러 딸을 가진 나의 친구와 아이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모두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마음글꽃 어린이 필사단’이 탄생했다.
아이들은 매주 세 번, 긍정확언과 필사,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 단톡방에 인증한다. 나는 아이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정성껏 피드백을 남겼다. 아이들은 점점 함께하는 즐거움과 글 쓰는 기쁨을 깨달아갔다.
평소 숙제를 하라면 투정을 부리던 딸도 “오늘 필사하는 날이야”라고 말하면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았다. 필사를 끝낸 뒤 자신의 생각을 적는 시간엔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고 귀여웠다.
어린이 필사단에 함께하는 엄마들 역시 모두 ‘우리끼리 필사단’의 멤버다. 나는 먼저 엄마가 필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아이들의 필사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른과 아이, 두 개의 필사단을 운영하며 나는 매일 수십 개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긴다. 누군가는 묻는다.
“매일 피드백 남기느라 힘들지 않아요?”
나는 그럴 때마다 말한다.
“글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가장 먼저 성장하는 사람은 바로 저예요.”
어린이들의 글은 순수함과 창의력으로 가득하다. 어른들의 글은 후회와 다짐, 성찰이 담겨 있다. 사색의 깊이는 다르지만,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은 같다. 그렇게 글을 쓰고, 토해내고, 다듬다 보면 어느새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만나게 된다.
생각만으로 끝냈다면 불가능했을 변화였다. 환경을 만들고, 직접 행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1년 전, 내가 필사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필사하는 딸의 모습도 없었을 것이다. 필사를 통해 나는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을 몸으로 체감했다. 아이는 말없이 부모를 지켜본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삶을 따라간다.
그래서 부모는 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딸과 함께하는 필사 시간은 나에게 가장 뿌듯하고 평온한 시간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모녀를 넘어, 서로의 필사 친구이자 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되었다.
매일 글을 쓰며,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