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태어날 공간

by 고니비니SN

2018년, 지금의 보금자리에 들어온 지 벌써 7년째다. 같은 집, 같은 벽과 천장 아래에서 나는 열 번도 넘는 내부 이사를 감행했다. 가구를 옮기고 구조를 바꾸며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싶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고된 작업에도 남편은 묵묵히 내 곁을 지켰다. 흘리는 땀만큼, 나의 선택과 시도를 존중해 주었다.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버리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었다. 엄마, 동생, 친구에게 받은 물건들 하나하나가 쉽게 놓을 수 없는 기억이고 마음이었다. 그렇게 모인 물건들은 집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숨 쉴 틈조차 앗아갔다. 비우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손은 좀처럼 물건을 놓지 못했다.


책육아를 시작하면서 책장이 여섯 개로 늘었다. 4년간 서평 한 책만 500권이 넘어간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책이 어느새 바닥과 책상 위를 차지했다. 거실, 침실, 아이 방, 부엌 어느 공간도 책에서 자유롭지 않다. 책장은 이미 오래전에 포화 상태를 넘어섰다. 나는 매일 같은 루틴 속에서 집이라는 공간을 꾸역꾸역 견디고 있다. 쉼을 주기는커녕 나를 짓누르는 이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또 그렇게 하루를 마친다. 머릿속엔 늘 미니멀 라이프를 그려보지만, 현실은 어지러운 물건들 앞에서 무기력해질 뿐이다.


물건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 앞에서 “나는 왜 늘 시간이 없지?” 하는 말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아이와 남편의 눈빛은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애써 침묵한다. 나조차 외면하고 있는 것을, 그들이 굳이 말로 꺼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마다 외친다. “이젠 정말 집을 정리하자. 올해는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고, 또다시 고개를 떨군다. 정리는 내 삶의 오랜 과제다. 3년 동안 습관을 만들면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유독 집 앞에선 자신감을 잃었다.


남편은 “마지막 이사야”라고 말할 때마다, 이제는 양치기 소녀의 외침처럼 받아들인다. 그래도 그는 말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가구를 다시 옮긴다. 그런 신뢰 위에서 나는 또다시 방을 바꾼다. 아이 방은 벌써 다섯 번째 모습이다. 미니멀 라이프와 인테리어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만 집을 재구성한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밖에서 돌아왔을 때 집이 주는 현실은 무겁다. 가끔은 문 앞에서 멈칫하며 돌리고 싶은 발길을 애써 참는다.


책상 하나를 겨우 만들어, 그 위에서 글을 쓴다. 글쓰기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를 모니터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최근에는 거실을 바꿨다. 아이와 나의 책상을 나란히 놓고, 각자의 공부를 한다. 나는 부엌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아이는 한자 공부를 한다.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가끔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책상 위 풍경도 닮아 있다. 아이에게 책상 좀 정리하라는 말을 삼켰다. 이 집은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누구 하나 초대할 수 없는 이 공간이 늘 마음의 짐이다. 부모님, 친구들과 식사 한 끼, 담소 한 번 나누기 어려운 곳이 되어 버렸다. 매일의 일과가 바쁘다는 이유로 정리는 늘 후순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에 조금씩, 아주 작은 정리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내가 직접 만들어온 습관들처럼, 이번에도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 보려 한다. 집을 정리한다는 건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토록 염원했던 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있는 지금, 나는 나의 마지막 습관을 향해 또 한걸음을 내디뎌본다. 습관의 종류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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