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끝났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찌뿌둥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하며 익숙한 시간표대로 하루를 시작한다. 단 5일간의 여름휴가였지만, 그 안에 담긴 쉼과 여유는 생각보다 컸다. 집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덕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식사 준비나 육아에서 잠시 벗어난 그 시간은 나에게 ‘쉼’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결혼 전 나는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친정에는 차가 없었다. 부모님 모두 면허도 없으셨다. 자식 셋 모두 면허를 따게 해주셨지만 정작 차는 끝내 사지 않으셨다. 자연히 우리 가족에겐 여행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었다. 어린 시절, 가족여행의 추억은 없다. 그래서일까, 여행은 내게 언제나 남의 이야기 같았다.
내 인생 첫 해외여행은 친구와 함께한 대만이었다. 31살에 처음 비행기를 탔다.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를 떠올리며 창밖을 보던 그 순간, 나는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을 감추기 바빴다. 친구는 그런 나를 보며 웃었고,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그 여행은 지금도 생생하다.
결혼 후, 예상치 못하게 여행이 삶 속에 들어왔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제주도에 다섯 번이나 가게 되었고, 해외 여행도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결혼 10년 동안 1년에 한 번꼴로 비행기를 탄 셈이다. 남편이 여행 일정을 계획하면, 나는 그 옆에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을 조잘조잘 말하곤 했다. 여행지에서 아이와 함께 뛰어다니는 내 모습은 어느새 아이처럼 밝았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우리는 모두 웃음이 많아졌다.
시부모님은 매년 여행을 떠나신다. 제주도, 국내 여행, 해외여행까지, 그분들의 여행은 매해 반복된다. 특히 시이모님 부부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은 늘 즐거움이 가득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인생의 후반’은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삶. 그것이 진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걸을 수 있을 때 다녀야 한다”는 말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산 이후 몇 년간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절의 무기력함을 기억하면 지금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다. 나이 마흔이 넘어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경험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깊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외동이다. 나는 동생이 둘이라 함께 웃고 싸우며 자란 기억이 많다. 아이에게 그런 경험은 줄 수 없지만, 대신 엄마 아빠가 함께 만들어주는 추억으로 마음을 채워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캠핑을 시작했다. 사실 시작은 남편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나와 아이가 더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캠핑 용품점을 함께 돌아다니고, 텐트와 의자, 테이블을 고르는 재미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자연에서 보내는 하루는 우리 가족을 걱정과 일상에서 멀어지게 해준다. 아이는 그 속에서 더욱 아이답고,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다. 텐트를 함께 치고,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우리가 함께여서 더 소중하다. 짧은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더 많이 웃는다.
이번 여름휴가도 마찬가지였다. 물속에서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던 순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함께 걸었던 시간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내 옆에 든든히 서 있는 남편, 손을 꼭 잡은 아이. 그들과 함께 만든 이 추억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제 다시 분주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침은 다시 정신없이 흘러가고, 해야 할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5일의 행복이 오늘과 내일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지금 이 순간을 더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떠날 그날을 조용히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