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렇게 오랜 시간 책과 마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서평처럼 주제가 정해진 글쓰기는 익숙했지만, 그 외의 글쓰기는 낯설고 막막했다.
일기처럼 마음을 툭툭 털어놓는 글을 읽다 보면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서평도 용기로 썼다. 그렇게 용기로 무장한 글들이 하나둘 쌓이며, 서평 이벤트 당첨 횟수도 점점 늘어갔다. 어느덧 500권이 넘는 책에 서평을 남긴 내가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따로 있었다.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막상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작가들이 흔히 말하는 “그냥 써라”, 출판사 대표님이 건넨 “일단 시작하라”는 말도 나에게는 막연하게만 들렸다. 나는 망망대해에서 주제를 찾으려 애쓰는 아이처럼, 그저 모니터 앞에 앉아 시간만 흘려보냈다.
하루 이틀 꾸준히 이어지던 글쓰기는 어느새 물에 젖은 휴지처럼 흐트러졌다.
그런 나의 앞에 ‘백백’이 찾아왔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이 도전은, 생각해 보면 우연 같지만 분명히 나에게 온 기회였다. 처음엔 답답했고, 막막했고, 불안했고, 두려웠다. 글을 쓰면서도 불안한 이 감정을 누가 알아줄까 싶었다. 매일 빈 모니터를 마주하며 과거를 더듬었고, 회상할 것이 다하면 현재를 들여다보며 글감을 찾았다. 조금씩 글로 채워지는 화면 속에는 내가 흘린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시간 동안 한 장 넘기기도 어려웠던 글이 이제는 1시간에 2장도 거뜬히 써 내려간다. 물론, 내용의 완성도는 차치하고라도, 95일 동안 글이 쌓인 노트북 안을 들여다보면 나는 이미 작가가 되어있었다. 비록 전문가의 평을 받은 글은 아니지만, 초고 100장이 모이면 책 한 권이 된다는 말이 이제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렇게 매일 쓰는 엄마 옆에서 딸이 물었다.
“엄마, 엄마도 작가가 되는 거야?”
“응, 꼭 작가가 돼볼게.”
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쓰는 것보다 계속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원고의 질보다 양을 믿고, 그저 써 내려가는 힘을 믿고 계속 나아간다면, 언젠가 나는 진짜 작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써라”, “일단 시작하라”는 말이 이제는 진리로 다가온다.
기획서든, 투고든, 원고가 있어야 그다음 단계도 도전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일 함께 글을 쓴 23기 백백 글벗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매일 인사하고, 함께 써 내려간 이 시간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때론 고되고, 쓰기 싫은 날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 모든 과정이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는 ‘100일 동안 글을 쓴 사람’이 되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반복되는 행동에서 온다는 걸, 이제 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들여다봤고, 돌아봤고, 성장했다. 자신을 가장 잘 알게 되는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라는 걸 확신한다.
혹시 혼자 쓰기 힘들다면, 나를 좋은 환경으로 데려갈 용기를 내 보길 바란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냥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쓴다.
작가가 되고 싶은 그 마음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