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연습, 나를 돌보는 시간

by 고니비니SN

육아서를 읽고, 강의를 들어도 내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비난과 협박이 담긴 말이 내 아이에게 화살처럼 날아갔다. 책 속 문장과 강의 속 조언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지만, 아이를 마주하는 순간 마음은 엉망이 되었다. 결국 아이에게 말로 쏟아내고 나서야 진정되곤 했다. 매번 반복되는 후회 속에서, 나는 너무 답답했다. 그런 내 곁엔 친딸처럼 우리 딸을 사랑해 주는 여동생이 있었다. 육아에 지쳐 허덕이는 나를 위해, 이따금 아침 일찍 집에 와 맛있는 점심을 사주고, 커피숍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숨 쉴 틈이자 작은 위로였다.



하지만 아이의 하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점점 조여왔다. 사랑하는 딸을 다시 만나는 길이 왜 이토록 무겁게 느껴졌을까. 아이를 마주하면, 내 마음은 분주함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정말 엄마의 마음이 맞을까?



아이 돌이 지나고, 가족과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여동생이 인스타그램을 알려주었다.

아이와 나의 커플템을 찍어 올리며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육아’를 엿보는 창이 되어 있었다. 볼수록 작아지는 나, 초라해진 작은 마음을 애써 구겨 넣고 매일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봤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놀러 와 딸의 하교를 기다리던 중 인스타를 켰다. 눈에 스쳐간 문장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너는 놀이터에서 살아.”

“먹기 싫으면 먹지 마! 굶어 그냥. 이제 네 밥 안 해. 키 안 커도 나는 몰라.”

“어? 이거 나잖아.”

“진짜네, 완전 언니야…”

그 문장은 윤지영 작가의 『엄마의 말 연습』 속 일부였다.



부끄러움과 위로가 동시에 밀려왔다. 나 같은 엄마가 또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책을 계기로, 출판사의 이벤트 ‘오뚝이샘과 함께 하는 부모의 말 연습 실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필사를 하고 인증하며, 말 습관을 바꾸기 위한 연습을 한 달간 이어갔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 ‘제발 달라지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컸다. 그 간절함은 결국 나를 완주로 이끌었고, 이어진 후속 모임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과의 단톡방은 따뜻한 공감의 공간이 되었고, 자연스레 독서모임으로 이어졌다. 운영 서포터를 찾던 작가님의 제안에,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던 나였지만, 그날 밤 A4용지 가득 독서모임 계획을 써 내려갔다. 지금도 그 용기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작가님의 칭찬에 기뻐하던 나는, 마치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매주 진행된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우리는 아이에게 했던 말들과 육아 속에서 겪는 감정들에 대해 나누었다. 말을 하다 울컥해 우는 엄마, 그 이야기에 함께 눈물짓는 공감과 위로로 가득 찼던 그 시간들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이후 작가님은 실천한 부모들을 모아 조별로 나누고, 다음 책의 원고를 바탕으로 숙제를 내주셨다. 줌 미팅을 통한 조별 나눔은 처음엔 생소하고 두려웠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면 어떡하지?’란 불안도 컸다. 하지만 엄마들은 오히려 누구보다 솔직하고, 누구보다 따뜻했다. 나의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졌고, 더 적극적으로 숙제와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함께 배우고 실천한 내용들이 책으로 나왔다.



『오뚝이 육아』라는 이름의 이 책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육아법을 담고 있다. 특히 부모 자신이 먼저 자신의 감정적 결핍과 취약함을 마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나와 속도가 다른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답답함이 쌓이면 비난이 나왔고, 체력이 바닥나면 협박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 모든 말과 반응의 근원이 바로 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3개월간의 여정은 단지 육아 방법을 바꾼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내 부모에 대한 감정이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들은 말들을 아이에게 퍼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안의 상처가, 부모로부터 받은 이해받지 못한 감정들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 사과받고 싶었다.



어렵게 엄마에게 마음을 꺼냈지만 돌아온 말은,

“그땐 먹고살기 바빴어.”라는 회피였다.

아빠에게도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괜히 자극하지 마.”라는 말과 함께 나의 시도는 또다시 눌렸다.

그 마음을 꺼내놓는 데 40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낸 그 순간, 나는 후련했다.

나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내 감정을 꺼내어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사과는 받지 못했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해졌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한 발 더 성장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나의 말, 나의 감정, 그리고 나의 아이를 다시 사랑하는 법을 지금도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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