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어릴 적엔 그 말이 별 의미 없이 느껴졌지만, 마흔을 넘긴 지금, 그 말이 가슴 깊이 박힌다. 무심코 반복하던 작은 행동들이 켜켜이 쌓여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나는 늘 좋은 습관만 가지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책도, 방송도, 사람들도 하나같이 “좋은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라고 말했고, 나 역시 언젠가는 그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의지 부족’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렇게 합리화 속에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웠다. 시간은 말없이 흘렀고, 삶은 점점 지루해졌으며, 어느 순간엔 버겁기까지 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후, 나는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밖에 나갔다 오면 손을 씻는 거야.”
“물건은 제자리에 두는 거야.”
“차례를 지켜야 해.”
“양치 꼭 해야지.”
그런데 문득, 그 말들이 고스란히 내게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며 살고 있었을까?
매년 새해가 되면 독서 계획을 세웠다. 한 달에 한 권, 1년에 열두 권. 새 다이어리에 적으며 마치 이미 실천한 것처럼 뿌듯해하던 나는,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계획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다음 해, 같은 계획을 또 세우고 또 실패했다. 실패가 단지 의지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독서를 즐겨본 적 없는 내가 나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를 몰랐다.
나는 타인의 시선엔 민감하면서도, 정작 자신과의 약속은 허술하게 대하던 사람이었다. 왜 계획은 늘 흐지부지되는 걸까. 왜 나와의 약속은 이렇게 쉽게 무너질까. 그 물음의 끝에서, 나는 ‘환경’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 시작한 것이 인스타그램 서평 이벤트였다. 아이에게 새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과 내 독서 습관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맞물려, 작은 이벤트 참여가 내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서평에 당첨되지 않을 때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고, 육아서나 부모교육서처럼 나의 현실과 맞닿은 책들을 골라 읽었다.
타인의 추천이 아닌, 내 삶에 꼭 필요한 책을 읽으니 책장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렇게 독서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로, 독서는 내게 숨처럼 필요한 습관이 되어갔다.
하지만 좋은 습관 하나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진 않았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수많은 나쁜 습관들이 여전히 나를 끌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늦게 자는 습관, 일을 미루는 습관,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자르는 습관. 떠올리기 시작하니 A4 한 장은 거뜬히 채웠다. 반면, 떠오르는 좋은 습관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제야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습관을 의식하고 줄여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 무렵, 서평 이벤트로 알게 된 작가님이 이끄는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료였고, 책임감과 환경이 만들어진 그곳은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이었다. 쉽게 습관이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가 생겼다. 칭찬과 격려 속에서 하나, 둘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님이 리더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망설여졌지만, 이번만큼은 주저하지 않았다. 남 앞에 나서기 어려워하던 내가 스스로 리더를 지원했다.
그 속에는 이번에는 꼭,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간절한 의지가 있었다. 리더로서의 첫 달, 나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충실히 내 습관들을 지켜냈다. 환경과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 번 실감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8개월간의 리더 활동을 통해 나는 분명히 변화했다.
“처음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결국 습관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더는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 마시듯 아침마다 과채주스를 마셨고,
숨 쉬듯 책을 읽었으며, 밥 먹듯 긍정 확언과 감사 일기를 썼다. 한때 늘 미루기 바빴던 운동은 내 하루의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허리 통증이 있는 나는 ‘다리 꼬지 않기’, ‘오래 앉아있지 않기’를 의식적으로 실천했고, 변비로 고생하던 몸은 아침 주스로 점차 편안해졌다. 아직도 나쁜 습관들과는 싸우고 있지만, 그 싸움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믿는다. 매일의 습관이 결국 나를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헬스장에 등록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1월은 뜨겁지만, 2월의 문턱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습관은 어렵고,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습관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단단한 도구다.
한 번 자리를 잡은 습관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좋은 습관을 경험한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습관으로 나를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2025년에는 또 다른 습관으로 내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질 나를 마주하러 간다. 조금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익숙하고도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