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육아의 기적

by 고니비니SN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있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그 완벽이 이뤄질 때까지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머릿속은 늘 해야 할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내 몸은 늘 제자리에 머물렀다. 생각이 파도처럼 몰아쳐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과 걱정은 많았지만, 그것조차 이겨버리는 게으름 앞에 무력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내가 ‘엄마’가 되었다. 처음 겪는 육아는 말 그대로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었다. 완벽을 요구하던 내게 육아는 매 순간이 불완전함의 연속이었고, 자아효능감을 앗아가기 충분했다. 아이를 달래고, 이유식을 만들고, 밤새 안고 재우는 반복된 일상은 모든 게 낯설고 고됐다. 특히 바닥에 등을 대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남편과 친정엄마, 나 셋이서 교대근무를 하듯 안고 재웠던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고된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이유식 재료를 잘게 다져 냉동 보관하고, 육수를 만들어 두며, 능숙하게 기저귀를 가는 나를 어느 날 문득 마주했다. 남편과 엄마의 시선 속에서 신뢰의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알게 되었다.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완벽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나도 자랐다. 반복되는 역할놀이에 참여하며 공주가 되었다가 왕자가 되기도 하고, 하녀로 변신하기도 하며 나는 ‘놀이의 장인’이 되어갔다. 장난감이 고장 나면 처음엔 “못 고쳐”라며 포기하고 싶었지만, 아이의 끈질긴 요청에 이것저것 시도한 끝에 결국 고쳐냈다. 아이의 엄지 척을 받는 순간, 나 스스로도 놀랐다. “아, 이게 되네. 나도 할 수 있네.”


육아는 나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생각만 하던 내가 먼저 몸을 움직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반복의 힘’을 체험했다. 반복은 불안을 잠재우고 기준을 세워주었으며, 결국 나를 성장시켰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보다 내가 더 긴장했고, 온갖 걱정에 휩싸였지만, 해맑게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보며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이가 4학년이 된 지금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말이다.


육아를 통해 나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배웠다. 많은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과 실패와 실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반복은 결국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도서관과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따며 하루하루 자기 계발을 이어가고 있다. 아침마다 과채식단을 하고, 필사를 하며, 작지만 의미 있는 루틴들을 꾸준히 실천한다. 귀찮음보다 더 큰 동력은 ‘반복이 가져다주는 성장’에 대한 믿음이다.


엄마라는 자리는 지쳐도 쉴 수 없고, 포기하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자리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켜내는 힘은 바로 ‘아이’에게서 온다. 아이를 통해 나는 실행의 중요성을 배웠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아존중감과 자아효능감을 회복해 갔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에만 머물렀을 일들이 이제는 ‘실제로 해내고 있는 일’이 되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디딤돌”이라는 말을 나는 아이를 통해, 육아를 통해 몸소 경험했다. 두렵지만 도전하고, 반복하며 배워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단단해졌다. 아이에게도 말해준다.

“두렵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 하다 보면 두려움도 사라져.”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매일 말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도달할 수 없다.”

육아라는 긴 터널 속에서 나는 뜻밖의 선물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반복과 배움’이다. 실수와 실패의 반복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행하는 나를 만나게 해 준 건, 결국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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