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기가 나를 바꾸다

by 고니비니SN

겁이 많고, 자신감 없던 나.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였던 시절, 나는 ‘엄마’라는 이름 뒤에 내 이름을 감추고 있었다. 아이에게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을 오가던 일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일상이 어느새 내 마음속 작은 씨앗을 틔우고 있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그림책 지도사 자격증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망설임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임신 중 듣고 싶었지만 놓쳤던 수업을, 7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치원에 간 아이의 시간에 맞춰 수업을 신청했고, 그림책을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주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으로 시작했다.


수업은 내게 기대 이상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단순한 독서 지도를 넘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실습이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잊고 지냈던 나의 감성과 창의력을 마주했다. 마지막 수업 날, 나의 첫 그림책 [너와 나의 추억 한 보따리]를 소개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딸과의 추억을 담아 만든 그 책을 아이는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4개월간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완주한 나는, 어느새 그림책교육지도사라는 자격증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작은 성취는 나를 다음 도전으로 이끌었다.


그다음 해, 평생학습관에서 ‘그림책 작가의 탄생’이라는 수업이 개설되었고, 나는 또다시 용기를 냈다. 스토리를 만들고, 서툰 그림으로 페이지를 채우는 과정이 낯설었지만,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벅찼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책 [사랑이와 달팽이]는 아이와 나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느린 달팽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랑이가 결국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화해하는 이야기이다. 책을 넘기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사랑이가 엄마고, 내가 달팽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맞아. 그런데 사랑이에게도 달팽이의 시절이 있었어. 어른이 돼서 잊었나 봐. 빈아, 기다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딸은 그림책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이를 위해 만든 책이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치유이기도 했다.
그림책을 통해 내 안의 내면아이도 조금씩 위로받고 있었다.


하지만 관계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았다. 그림책이 문을 열어주었다면, ‘하브루타 부모교육’은 그 문 너머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의 자기소개는 나의 마음을 단단히 흔들었다. 자녀의 아픔을 딛고 선 그 용기 있는 모습에, 나도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온 엄마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실천하며, 나는 매주 조금씩 다른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 나는 버스를 타고 평생교육관으로 향했다. ‘나도 어딘가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기쁨이 밀려왔다. 늘 맨 뒷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나에게, 선생님은 집이 같은 방향인 나에게 수업 후 함께 차를 타고 가자고 제안하셨다. 동행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주셨다. 3개월의 수업이 끝날 무렵,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제가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 함께 하실래요?”

나는 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전 못 해요. 혼자 책만 읽어봤지, 그런 건 해본 적 없어요.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감 없던 나는 또다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뭐든 해보면 생각보다 잘할 수 있어요. 생각해 보시고 편하게 말씀 주세요.”


몇 달 뒤,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이번에 [격려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열렸는데, 선생님이 생각났어요.”

책 제목을 본 순간, 가슴 한쪽이 뭉클해졌다. 나와 아이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 ‘격려’.
나는 용기를 냈다.


다섯 명이 모인 독서모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처음엔 어색하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경청하며 배웠다. 몇 달 뒤, 내가 발표할 차례가 되었다. 직접 준비한 내용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모임 멤버들은 따뜻한 말로 내게 용기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1년.
어느덧 내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고, 내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나의 모습이었다.

시도하지 않고 “못 해요”라 말하던 나는, 작은 경험들과 작은 성취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그림책 수업, 부모교육, 독서모임. 그 어떤 것도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겁이 나도 해봤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 모든 시도가 쌓여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뭐든 해보면 생각보다 잘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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