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엄마 곁에서 아이는 자란다

by 고니비니SN

나에게 인스타그램은 아이와 커플템을 올리고, 가끔 육아의 고단함을 털어놓는 작은 육아 노트였다. 타인의 반짝이는 일상을 엿보며 나도 모르게 부러워했고, 점점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육아도, 일도, 자기 관리도 완벽하게 해내는 엄마들을 보며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육아템과 육아공구를 보면 사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고, 결국엔 소비로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은 달콤한 중독이었다. 마약처럼 나를 유혹했고, 나는 잠을 줄이면서까지 그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때 내게 다가온 것이 바로 [십팔 년 책육아]에서 읽은 ‘책육아’였다. 인스타그램에 ‘책육아’를 검색하자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공부머리 독서법], [잠수네 아이들],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등 책육아에 관한 도서들을 찾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이미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책으로 아이를 키워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새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감사하게도 당첨되었다. 나의 첫 서평 도서는 『카피바라가 왔어요』였다. 줄거리와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해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렸다. 그렇게, 나의 첫 서평은 시작되었다.


그 뒤로 하나둘씩 출판사 계정을 팔로우하며 서평 이벤트에 꾸준히 신청하기 시작했다. 팔로워 300명도 안 되던 시절, 당첨은 그야말로 운이었지만,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서평이 쌓이기 시작하자 점점 당첨 확률도 높아졌다. 그 결과 한 달 평균 다섯 권의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아이에게 새 책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했다.


책은 점점 내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그림책을 넘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들도 신청하기 시작했다. 책임감이라는 이름 아래 독서 습관이 서서히 자리 잡아갔다. 그렇게 서평을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을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 달 평균 20권의 서평 도서가 당첨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얼떨떨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쏟아지는 책더미 속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내게 약속했던 원칙을 지켰다.


“책은 끝까지 다 읽고 서평을 쓰자.”

읽고, 쓰고, 다시 읽고. 책과 함께한 날들은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었고, 습관이 되었다.

어느 날, 연달아 도착한 책 택배를 보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또 책이야? 엄마 책 진짜 많이 읽네.”

웃음이 났다. 나는 정말 많은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동네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 거의 매일 드나들었다. 낮에는 내가 책을 읽어주고, 밤에는 남편이 잠자리 독서를 도와주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날, 아이가 내 옆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보기 시작했다.
“이 책, 엄마 좋아하겠어.”
도서관에서 내게 책을 추천해 주는 아이의 모습은 내게 가장 큰 보상이었다.

그토록 만들어주고 싶었던 독서 습관.

결국 부모가 먼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 사전서평단 모집 공고를 보고 아이에게 물었다.
“빈아, 네가 서평을 쓰면 그 글이 책에 실릴 수도 있대. 해볼래?”
아이는 주저함 없이 “해볼래!”라고 대답했다.

아이도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의 서평은 진짜 책 뒷장에 실렸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글을 읽으며 뿌듯해하는 아이는 그 페이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작은 도전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었고, 이제는 가끔 어린이 서평단에 지원하며, 나와 함께 서평을 쓴다.


처음엔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시작한 서평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나는 더 큰 도전을 위해 북서포터스에도 지원했고, 수십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6개월, 1년 장기 서포터스로 선정되었다. 덕분에 책의 양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때로는 너무 지쳐버리기도 한다. 육아와 가사는 나를 쉴 틈 없이 만들었다. 자기 계발이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려 했지만,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날엔 육아와 가사에 다시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아이의 한마디였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책상에 앉은 내게 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책상 위에 물 한 잔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물 한잔 마시고 해.”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한 장 한 장 삶을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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