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존재 그 자체였다

by 고니비니SN

내가 바랐던 엄마의 모습은 다정함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고, 지혜로우며, 자기 자신도 아끼는 사람.
나는 그런 엄마를 꿈꿨고, 또 그런 엄마를 닮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경험한 엄마는 달랐다.

엄마는 자식이 전부였고, 그래서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늘 바쁘고 피곤했고, 자주 짜증을 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엄마 밑에서 자라는 내가 한없이 불쌍하다고 느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단 생각을 꿈에서도 하지 않았다.
그건 내 삶에서 지우고 싶은 선택지 중 하나였다.

남편과 결혼 전,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신혼 초, 우리는 처음으로 이 문제로 입장 차이를 겪었다.
남편은 아이가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부모님의 자식으로 살아보니 그 입장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토록 바랐던 엄마의 모습대로 살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 책임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연애 시절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 했다.
공부 때문에, 지역 간 거리 때문에 늘 떨어져 있었기에 신혼을 오롯이 누리고 싶었다.
게다가 주말부부였기에 더더욱.


하지만 자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결혼 4개월 차,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나는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다.
아니, 그 흔한 책 몇 권, 영상 몇 개로만 겨우 ‘형식적인 준비’를 했을 뿐이다.


모성은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감정은 이성과 따로 놀았고, 몸은 기계처럼 움직였지만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다.


이 아이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엄마, 그게 대체 뭘까?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길을 잃고 말았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엄마’라는 단어가 내게는 낯설고 버거웠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누구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육아’라는 쳇바퀴 속에 탑승해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들려오는

“엄마, 엄마, 엄마.”
나는 묻고 또 물었다.


“내가 엄마가 맞나?”
“이 아이가 정말 내 아이야?”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은 흘러 엄마가 된 지 어느덧 11년.

이제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를 낳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를 키우는 수많은 순간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바랐던 엄마,
내가 보았던 엄마,
그 모든 모습들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진실은 “엄마”라는 단어 그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며

“엄마”라고 불러주는 이 소중한 아이 덕분에 나는 매일,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야 깨닫는다.
엄마는 ‘존재’ 그 자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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